코스피가 6년 만에 2200선을 돌파하면서 역사적 고점 돌파를 눈앞에 뒀다. 지긋지긋한 ‘박스피(코스피+박스권) 장세’를 뚫고 상승세를 이어갈지에 관심이 쏠린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글로벌 경기 호조와 국내 기업의 실적 개선이 맞물려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 등 대형주에 쏠림 현상이 심화돼 있고, 북한 도발에 따라 시장이 출렁거릴 수 있다는 점은 여전한 리스크다.
외국인은 26일 코스피시장에서 2877억원을 사들였다. 이달 들어 누적 순매수 규모는 7000억원을 넘어섰다. 외국인은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 연속 순매수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외국인 매수세가 확대돼 코스피지수가 2350선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대다수 증권사도 사상 최고치(2011년 5월 2일의 2228.96) 돌파는 시간문제라고 본다.
그 근거 중 하나가 국내 기업의 뚜렷한 실적 개선 흐름이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주요 기업들이 줄줄이 깜짝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코스피200 기업들의 연간 영업이익을 175조원으로 전망했다. 연초 추정치 160조원보다 15조원 늘었다.
글로벌 경기 회복도 가시화되고 있다. 아시아 주요국의 증시는 이날 일제히 올랐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의 나스닥지수는 대형 IT기업 실적 호조에 힘입어 전날 사상 처음으로 6000선을 넘어섰다. 환율 상황도 좋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0.3원 내린 1125.1원에 마감했다. 북한이 인민군 창건 기념일에 별다른 도발을 하지 않으면서 위험자산 선호 현상(원화 강세)이 계속됐다. 통상 환율이 높아지면 외국인들이 원화를 달러로 바꿀 때 손해를 보기 때문에 주식시장에서 미리 발을 빼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다 다음 달에 출범하는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최근 ‘한국 대선 특별보고서’를 내고 새 정부 출범 이후 코스피지수가 3000까지 오를 것으로 관측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 공약에 따라 배당 성향이 높아지고, 대규모 추경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마냥 낙관하긴 이르다는 반박도 제기된다. 대신증권 박춘영 연구원은 “실적 기대감의 정점을 통과한 후 외국인 매수 강도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2200을 돌파하더라도 추세적 상승은 어렵다”고 말했다. 오는 7일 프랑스 대선 2차 투표, 6월 8일 영국 조기총선 등 해외 정치 일정이 환율 변동성을 자극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외국인 매수세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이버 등 대형주에 집중되는 점도 걸림돌이다. 소재·산업재 업종의 투자 심리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대형주 종목에 돌발 악재가 발생하면 자금이 빠져나갈 우려가 있는 것이다.
북한의 도발은 상존하는 리스크다. 키움증권 홍춘욱 연구원은 “충분히 고점 돌파를 시도할 수 있는 장이지만 차익실현 매물이 나올 수 있어 완전히 안착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며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하고 미국에서 응징 발언이 나오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나성원 기자 naa@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그래픽=이석희 기자
[경기 회복 청신호] 코스피, 역사적 고점 눈앞… 상승세 이어갈까
입력 2017-04-26 18:20 수정 2017-04-26 2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