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북가좌2동 주민 A씨(64)는 1년여 전만 해도 막다른 골목에 놓여 있었다. 2009년 폐암으로 아내를 잃었고 2015년에는 노모마저 숨지고 경제적으로 쪼들리면서 그해 9월 셋집에서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과 함께 쫓겨나다시피 나와야 했다.
월세가 3년 이상 밀려 보증금은 반토막이 났고 다른 집을 구할 형편이 못돼 여관에서 지내야 했다. 여관비조차 부담이 돼 아이 방학 때는 지인의 이삿짐 보관센터 컨테이너 신세를 졌다.
그러던 중 그에게 도움의 손길이 뻗쳤다. 주민이 지난해 2월 동주민센터에 지원을 요청했고 주민센터는 민·관의 자원을 동원해 지원에 나섰다. 서울형 긴급복지를 통해 50만원의 생계비를 마련했고 LH 취약계층 긴급주거지원사업에 신청해 임대주택에 입주하도록 도왔다. 적십자사를 통해 생필품을, 공동모금회를 통해 중학생이 된 아들에게는 교복비(20만원)를 지원했다. A씨는 서대문구 복지프로그램인 ‘100가정 보듬기’ 사업 대상자로도 선정돼 매월 20만원을 지원받고 있다.
서대문구 현저동 재개발지역에서 혼자 사는 B씨(71)도 동주민센터의 지원으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기초연금(20만원)과 참전명예수당(20만원)으로 살고 있는 B씨는 지난 겨울 다친 목 뒷부분이 괴사될 정도로 상처가 악화됐지만 치료비 부담에 병원에 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통장으로부터 사정을 들은 동주민센터는 서울형 긴급지원 의료비로 100만원을 지원해 치료를 받도록 했다. 또 방문간호사가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등 건강을 챙기고 있다. 100가정 보듬기 사업을 통해 월 10만원도 지원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는 이처럼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찾동)’와 ‘100가정 보듬기’ 사업을 통해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해 나가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찾동은 일선 행정조직인 동주민센터의 기능을 민원처리 중심에서 주민복지를 챙기는 거점으로 전환시킨 것이다. 서대문구가 2012년 1월 2개 동에서 시범운영한 ‘동복지 허브화’ 사업을 서울시가 이어받아 2015년 모든 자치구로 확대한 사업이다.
‘100가정 보듬기’는 종교단체나 기업, 개인 등 민간 후원자를 취약계층과 연결해 후원하는 서대문구의 독특한 복지제도다. 2011년 1월 첫 대상자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454가정에 23억원이 지원됐고 현재도 218가정이 후원을 받고 있다. 이정근 복지정책과장은 “찾동과 100가정 보듬기 사업을 통해 복지사각지대를 없애고 촘촘한 복지 안전망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
막막한 삶… ‘찾동’ ‘100가정 보듬기’가 큰 힘
입력 2017-04-26 2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