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대못박기… 즉각 철회” “국익 위해 배치는 맞는데…”

입력 2017-04-26 18:14
26일 새벽 주한미군이 전격적으로 사드 장비를 성주골프장에 반입하자 이를 반대하는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 등이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 모여 “사드 반대” 등을 외치며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

주한미군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핵심 장비를 경북 성주골프장에 전격 반입한 26일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는 엇갈렸다. “사드 배치 철회의 그날까지 투쟁할 것”이라는 격앙된 반응도 나왔지만 “장비까지 반입된 상황에서 이제 반대투쟁은 큰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며 현실론을 펴는 이들도 있었다.

이날 오후 2시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제20차 수요집회가 열린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는 새벽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사드 장비 반입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김천시민대책위원회 회원과 주민 등 500여명은 집회에서 “(핵심 장비 기습 반입은) 대선 전 사드 대못 박기로 안보를 정치에 이용하는 것”이라며 “주민 동의와 국회 논의조차 없이 진행된 배치는 원천무효”라며 배치 철회를 요구했다.

주민 박모(55·초전면)씨는 “야음을 틈타 장비를 기습적으로 반입하는 한·미 군 당국의 야비함에 분노를 느낀다”며 “사드 배치가 철회될 때까지 투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단에 선 한 할머니는 “억울하고 원통해서 눈물밖에 안 난다”고 울먹여 주변을 숙연하게 하기도 했다. 일부 참석자들이 집회를 지켜보던 경찰에게 항의하기도 했으나 큰 충돌은 없었다.

하지만 인근 주민 강모(56·초전면)씨는 “국익을 위해 사드는 배치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다만 정부와 반대 주민들이 서로 합의점을 찾지 못한 가운데 기습적으로 장비가 반입된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날 새벽 군과 경찰의 사드 관련 장비 반입 작전은 철저한 보안 속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경찰은 0시에 사드 배치 예정지인 초전면 성주골프장으로 통하는 모든 도로를 차단하고 차량 통행을 막았다.

경찰의 움직임을 파악한 사드배치 반대 단체들의 연락으로 주민 등 200여명이 모여 차량 10여대를 동원, 저항했지만 경찰은 차량을 모두 견인했다.

오전 4시43분쯤 사드 발사대와 레이더, 요격미사일 등 핵심 장비를 실은 군용 트레일러 8대가 소성리 마을회관 앞을 통과했고 오전 6시50분쯤엔 트럭 10여대 분량의 장비가 골프장으로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과 경찰의 몸싸움이 펼쳐져 주민 10여명이 다쳤고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원회 박희주(김천시의회 의원) 공동위원장이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연행됐다.

대구=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