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 청신호] 정유·화학·반도체·디스플레이 ‘어닝 서프라이즈’

입력 2017-04-26 18:22

국내 주력 수출품목이 살아나고 있는 것은 글로벌 경기 호황에다 중국의 환경규제 등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반도체 업계는 슈퍼 호황 사이클에 들어갔고 정유·화학 업계도 올해 1분기 높은 실적을 기록하며 지난해의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대한석유협회는 26일 정유업계의 1분기 수출량이 1분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업계가 1분기 동안 수출한 석유제품은 1억1778만2000배럴에 달했다. 역대 1분기 최대치였던 지난해 1분기(1억1064만 배럴) 기록을 넘어선 수치다. 수출액 역시 74억58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66.0% 증가했다. 분기 수출액이 70억 달러를 넘은 것은 2015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정유업계의 호황은 중국 내 경유 수요 증가에 기인한다. 국내 업체의 경유 수출물량은 4327만 배럴로 전체 정유제품 중 37%를 차지했다. 중국이 올해부터 황 함량 10ppm 미만으로 강화된 연료유 환경규제를 실시하면서 국내 저유황 고품질 경유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석유협회는 “1분기 중국에 수출한 경유 물량은 436만 배럴로 전년 동기 대비 96% 증가한 반면 중국으로부터의 경유 수입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화학업체들도 중국의 환경규제 덕을 보고 있다. 중국 업계는 주로 석탄을 이용해 화학제품의 원료가 되는 에틸렌을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당국이 대기·수질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된 석탄을 이용한 화학공정에 규제를 가하기 시작하면서 한국산 에틸렌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1분기 매출액 6조원을 돌파한 LG화학과 사상 최대 실적이 기대되는 롯데케미칼이 수혜자가 됐다. 에틸렌을 생산하며 부가적으로 추출되는 부타디엔 마진도 최근 5년 내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주력제품 PX(파라자일렌)과 함께 생산되는 벤젠이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의 ‘숨은 효자’ 역할을 했다. 벤젠은 최근 3년 내 가장 높은 마진을 형성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 급등·급락 없이 안정적인 현재 배럴당 50∼60달러대 유가 수준이 유지된다면 지금의 호황은 당분간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호황기를 맞고 있는 반도체 업계와 함께 국내 IT산업의 주축인 디스플레이 업계도 날개를 달았다. LG디스플레이는 1분기 매출 7조622억원, 영업이익 1조269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4분기 9043억원을 넘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통적인 비수기인 1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것은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증가 덕분이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UHD TV, 고해상도 하이엔드 IT제품 등 수익성 높은 제품을 중심으로 판매해 영업이익이 지난해 1분기 395억원보다 2498%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레드(OLED) TV가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는 상황에서 LG디스플레이가 사실상 전 세계 올레드 TV 패널을 독점 공급하고 있어 전망도 밝다.

글=정현수 김준엽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박동민 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