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청춘이라고 한다. 기성 세대들은 어느 시대나 아프고 힘든 청년시기가 있었다고 웅변한다. 하지만 이런 말들은 취업절벽에 막혀 연애·결혼·출산은 물론 꿈까지 포기한 ‘N포세대’들에겐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는다.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공시족(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사람), 장미족(장기 미취업자) 등의 신조어들은 극심한 취업난에 고통받는 대한민국 청춘들의 자화상이다.
엊그제 경찰공무원 시험에 7번 도전했다가 실패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20대 청년과 대학 졸업 후 정규직 일자리를 얻지 못한 채 공공기관 인턴을 전전하다 투신한 20대 장애 청년의 사례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군복무를 마친 A씨(25)는 3년 여 동안 서울 노량진에서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 지난달 시험까지 7차례 낙방했다. 그는 어머니와 함께 고속버스를 타고 고향으로 내려가던 중 화장실에 갔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장애를 갖고 있는 B씨(28)는 공공기관 4곳에서 인턴 활동을 했다. 지난달부터는 경기도에서 청년인턴으로 일했는데 두 달 후면 인턴이 끝나 고민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공기관 인턴은 아무리 능력이 우수하고 일을 잘해도 정규직 전환이 되지 않는다. 정부는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많이 제공했다고 홍보했지만 임시방편이었던 셈이다.
지난 1분기 청년실업률은 10.8%로 몇 년째 두 자릿수다. 아르바이트 학생이나 입사시험 준비자 등 ‘숨은 실업자’를 포함한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23.6%에 달한다. 이러니 젊은이들에게서 ‘헬조선(지옥 같은 나라)’이니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니 하는 말들이 나오는 것이다. 취업이 어렵다 보니 취업준비생 가운데 40.9%인 25만7000명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 패기 넘치는 젊은이들이 꿈과 도전을 포기하고 안정적인 공무원 시험에만 매달리는 게 정상적인 나라인가. 취업 문턱에서 좌절해 청년들이 결혼도, 출산도 포기하고 심지어 목숨까지 끊는 나라에 무슨 미래가 있겠는가.
대선 후보들은 이들의 허망한 죽음 앞에 어떤 답을 내놓을 것인지 묻고 싶다. 취업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6∼9개월간 30만원씩 주고, 공공일자리 늘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후보들 모두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지만 미덥지 않다. 지난달 말 실업자 수가 114만명인데 각 후보들이 공약하는 일자리 수는 110만∼130만개로 사실상 완전고용을 이루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고용 없는 성장이 계속되면서 취업은 빙하기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면 일자리는 더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다. 일자리의 종말이 다가오는데 비정규직과 정규직 구분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대선 후보들은 표만 기대하는 응급처방이 아니라 시대 변화에 맞는 근본적인 일자리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
[사설] 대선 후보들은 청년들의 비명 듣고 있나
입력 2017-04-26 1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