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들이 상가 등의 임대료가 올라 원주민들이 외곽으로 내몰리는 일명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 막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지역적 개성과 전통이 살아 있는 골목상권이 흔들리면 자칫 지역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26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비교적 임대료가 저렴한 일부 도심 지역과 주택가 등에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 진출이 늘어나면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대자본을 앞세운 대기업들이 동네상점을 속속 밀어내면서 지역상권이 서서히 붕괴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자체들은 지역 소상공인들을 보호하고 과도한 임대료 인상을 막기 위한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2015년 4월 KTX호남선 개통 이후 전국적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광주 1913송정역시장의 경우 건물주와 청년 상인들이 최근 적정 임대료를 유지하기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광주시는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건물주가 적정 임대료만 받기로 양보하면서 임대료 폭등이 불러올 ‘제2의 공동화’ 현상을 막고 전통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의기투합했다고 설명했다.
부산시는 시민단체와 함께 원도심 땅과 건물 일부를 ‘시민자산’으로 만들어 이익을 공유하는 ‘공영개발’을 추진 중이다. 부산지역 공인중개사들이 중심이 된 부산부동산투자협동조합(BREIC)이 실질적 개발사업 주체다. 이달 초 출범한 조합은 출자금과 일반 투자자 모집을 통해 옛 도심건물을 사들여 리모델링한 뒤 시세의 70∼80% 수준 임대료를 받기로 했다. 임대료 상승률은 연 5% 이내, 임대기간은 20년 보장으로 의무화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한옥마을에 연간 100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전주시는 지난해 12월 건물 임대료의 폭등을 규제하는 ‘지역상생 협력에 관한 기본조례’를 제정, 시행 중이다. 조례에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상생 협약’을 맺도록 권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5년 이상 장기임대를 한 건물주에게는 상가 건물의 내·외부 수선 경비를 전주시가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울산 중구도 관련 조례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원도심 재생사업이 진행 중인 성남동 일대가 호재가 몰리면서 임대료가 단기간에 2∼3배 상승했기 때문이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고 지속적 발전을 꾀하려면 젠트리피케이션 폐해를 예방하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며 “임대료 상승을 제한하고 의무 임대차 기간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부산·전주=장선욱 윤봉학
김용권 기자, 전국종합 swjang@kmib.co.kr
지자체, 소상공인·골목상권 지키기 ‘비상’
입력 2017-04-27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