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임금을 체불하고는 사업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갖게 하겠다.” 2010년 말 고용노동부는 임금체불 사업주 명단을 공개하는 방향으로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했다. 훗날 고용부 차관까지 지냈던 정현옥 근로기준정책관은 “땀 흘려 일한 분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정사회 구현의 핵심 요체”라고 강조했다.
고용부의 노력으로 임금체불 사업주 명단 공개는 법제화됐다. 하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지난해 임금체불 총액은 사상 최고치인 1조4286억원을 기록했다. 고용부에 신고해도 임금을 못 받아 검찰 고발까지 가는 게 매년 3만건에 육박한다. 3년 이내 형사처벌 2회 이상 등 임금체불 명단 공개 기준이 관대한 데다 구직자가 임금체불 악덕 기업을 확인하기 쉽지 않아서다.
이런 상황에서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정부가 임금체불 사업주 처벌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국민일보 4월 26일자 1·6면 보도). 청년고용 대책 보완의 일환으로 임금체불 사업주 명단 공개를 확대하고, 민간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체불 기업을 확인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청년 구직자를 울리는 ‘열정페이’(열정을 빌미로 한 저임금 노동)를 없애겠다는 전향적인 정책이다.
그런데 정작 주무 부처인 고용부의 반응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고용부는 공개 범위가 넓어지면 너무 많은 기업의 이름이 공개된다며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다른 정부부처에서 기업 부담 증가, 경제성장 우선 등의 논리로 임금체불 기업 명단 공개 확대를 반대하더라도 이를 설득해야 할 고용부가 되레 악덕기업을 편드는 셈이다.
고용부는 공개 범위 확대 대신 근로감독 인원을 늘려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효과는 있겠지만 이것만으로 예방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근로자 권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할 고용부가 초심을 잃지 않으려면 뭐가 중요한지를 더 고민해 봐야 할 때다.
세종=sman321@kmib.co.kr
[현장기자 신준섭]“체임업체 공개 확대 No”… 고용부 왜 이러나
입력 2017-04-26 18:40 수정 2017-04-27 09: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