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고압적 태도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문 후보는 지난 25일 TV토론회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의 뇌물 수수 의혹을 거듭 제기하자 “이보세요”라고 언성을 높였다. 또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공공부문 일자리 재원 대책을 따져 묻자 “자세한 건 우리 정책본부장하고 토론하는 게 맞겠다”고 했다. 자신의 정책본부장하고 토론하라는 것은 유 후보를 아랫사람 취급한 것과 진배없다. 상대 후보의 공격이 과하더라도 곧바로 역정을 내는 것은 유력 대선 후보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토론에 있어 모든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하는 것은 기본 예의이자 상식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역정을 내고 상대방을 하대하는 그의 모습에서 노 전 대통령의 독선적 행태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문 후보 앞에서 누가 자신 있게 고언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집권 이후가 더 걱정스러운 이유다. 토론 기술보다 기본 자세부터 가다듬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토론만이 문제가 아니다. 문 후보는 지난 24일 국회의원 등에게 “요즘 제가 행복하다. 승리를 확신한다”는 문자를 보냈다.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한반도 위기에다 고용절벽에 매달린 청년들을 보면서도 행복 운운하는 게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다. 이해찬 공동선대위원장마저 “우리가 조금 앞선다고 해서 자만했다가는 금방 뒤집어진다”고 경고할 정도다. 전략본부 부본부장인 이철희 의원도 여론조사에서 이기고도 본선에서 패한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후보의 예를 들며 겸손을 주문했다. 선거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것이다.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문 후보는 유 후보가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을 아느냐고 묻자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미·중의 북핵 해법 논의 과정에서 정작 핵을 이고 살아야 하는 우리나라가 배제되는 상황을 지적하는 코리아 패싱을 모른다는 답변은 귀를 의심케 한다. 연일 언론에서 지적하고 있음에도 정말 몰랐다면 안보관은 물론 여론 수렴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알고 있으면서 질문을 잘못 이해했을 것으로 믿고 싶다. 여하튼 문 후보는 코리아 패싱의 심각성을 고려해 정확한 해명을 지금이라도 내놓길 바란다.
[사설] 오만과 독선 떠올리게 하는 文의 고압적 태도
입력 2017-04-26 1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