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검증 리포트] 대북정책, 장밋빛 청사진… ‘액션 플랜’이 없다

입력 2017-04-27 05:00



19대 대선 후보들의 대북 정책은 진보·보수 성향에 따라 온도차가 뚜렷하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북한 핵·미사일 동결부터 비핵화, 평화협정 체결까지 일련의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20년 넘게 지속돼온 북핵 문제의 위험성과 현실을 인정하기보다는 장밋빛 청사진만 제시한다는 비판도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대북제재와 압박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 이후의 해법은 사실상 없다. 안성수 창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26일 “후보들 공약 모두 실현 가능성과 대안 제시에 의문점이 많다. 큰 그림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핵화 해법의 현실성은?

문 후보는 ‘단계적·포괄적 접근으로 과감하고 근본적인 북한 비핵화를 추진한다’고 공약했다. 방법론은 중국 정부의 ‘병행론’과 유사하다. 북핵 폐기에 따라 북한 정권이 바라는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6자회담 등 다양한 양자·다자 회담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비핵화 청사진의 첫 단계부터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체로 언사는 화려한 반면 공약 실현 로드맵이 불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이미 김정은정권이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한 상황에서 대화의 물꼬를 어떻게 틀지 설명이 빈약하다는 게 평가단의 공통된 지적이다. 여기에 북한은 지난해 “6자 회담은 죽었다”고 밝힌 상태다.

안 후보 역시 마찬가지다. 안 후보는 6자회담 재개,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4자 평화회담의 주도적 추진을 내걸었다. 북핵 동결, 핵실험 유예, 핵·미사일 폐기 추진은 문 후보와 유사하지만 방법론은 불투명하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주변 4강 국가들과의 맞춤형 안보전략이 필수적인데 이 부분의 구체적 제시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심 후보는 비핵화와 평화협정 병행추진, 한반도 평화선언을 위한 4국 정상회담 등을 제시했다. 평가단은 “현재 위협과 제재 국면 타개책은 건너뛴 채 이상적 방안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남북관계 개선 방법은

문 후보는 남북의 경제를 통합해 하나의 시장으로 묶는 점진적 통일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북핵 문제 해결과 함께 동해와 서해, 중부지역에 ‘한반도 신경제벨트’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는 국민과 국제사회 우려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협의해 진행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보수 진영의 문제의식을 받아들여 북한인권 개선을 추진하고, 이산가족·국군포로·납북자 문제도 해결하겠다고 했다.

안 후보는 제재를 지속하면서도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상을 함께 모색하겠다고 했다. 또 비핵화와 평화를 전제로 문화·학술·종교·체육 교류와 인도적 지원을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는 비핵화를 모든 남북 관계의 전제조건으로 삼은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과 별반 차이가 없다.

심 후보는 2010년 천안함 폭침으로 이명박정부가 남북 교류협력을 차단한 ‘5·24조치’부터 해제하겠다고 했다.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및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도 공약했다. 최임광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들 공약에 대해 박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우리가 실질적으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구체성 있는 정책 제안이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제재·압박이 능사?

홍 후보와 유 후보의 대북정책은 안보적 해법에 편중돼 있다. 북한이 비핵화의 진정성을 가질 때까지 제재와 압박을 유지하겠다는 게 공통된 인식이다. 홍 후보는 전방위 제재를 통해 비핵화를 추진하고 북핵에 맞서 미국의 전술 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비군사적 대응책은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장 교수는 “전술핵 배치 문제는 안보의식을 감정적으로 자극하기보다 폭넓은 공론화와 여론 수렴이 선행될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 후보도 다르지 않다. 사드(THAAD)를 추가 도입해 북핵 위협을 무력화하고, 미군 핵전력을 한·미 공동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두 후보 공약은 북한에 비핵화 의지가 없다는 비관론에 근거한 것이지만, 일부 과격한 충격요법을 가미했을 뿐 근본적 해법은 아니라는 평가다. 김 교수는 “군 전력 증강도 필요하지만 그 방향으로만 치우칠 경우 소요자원 조달 측면에서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비군사적 관계 개선을 위한 보완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