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검증 리포트] 文 "역사문제 원칙적 대응" 安 "위안부 합의 재협상"

입력 2017-04-27 05:05

19대 대통령 선거 후보들은 대체로 한·미동맹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북한 비핵화 등 한반도 안보 문제를 한·미동맹 틀 아래서 해결하겠다는 입장은 모든 후보에 공통으로 나타난다. 대일(對日) 정책은 모든 후보가 강경론을 내세우지만 양국 관계 미래상에 대한 해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후보는 없었다. 대중(對中) 정책도 당위적인 구호에만 그쳤다.

한·미동맹, 안보의 기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한·미동맹을 ‘외교 기축’으로 삼겠다고 공약했다. “한·미 군사동맹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바탕으로 전략적 유대를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북핵문제 해결의 전기를 마련하는 한편 한·미동맹을 글로벌 차원 협력으로 심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주요 쟁점에 대한 뚜렷한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6일 “문 후보 공약은 주요 쟁점을 회피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언급이 타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한·미동맹론도 비슷하다. 안 후보 측은 “한·미동맹은 우리 외교·안보의 굳건한 초석이자 핵심 축”이라고 했다. 강력한 한·미 연합방위태세 유지, 미군 전략자산의 상시 순환배치를 공약했으나 구체적인 방법론으로는 한·미 정상회담을 제시하는 데 그쳤다.

보수 성향의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한·미 공조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미국 행정부와 최상의 전략적 동맹관계를 구축함으로써 한반도 리스크를 관리한다는 것이다.

유 후보는 한·미 군사협력을 더욱 강조한다. 유 후보는 미군의 전술 핵탄두 등 핵전력을 한·미 공동의 자산으로서 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사드(THAAD) 추가 도입도 주장한다. 장 교수는 “(홍 후보와 안 후보는) 외교·국방력 강화가 균형 있게 병행되지 않고 국방력 위주의 하드웨어 전략으로 편향돼 있다”고 말했다.

심상정 후보의 한·미 관계 공약은 파격적이다. 박근혜정부가 결정한 사드 배치 결정은 철회하고 전시작전통제권은 조기에 환수한다. 또 주한미군주둔군지위협정(SOFA)은 불평등하다고 보고 전면 개정을 추진한다.

각론 없는 대일·대중 외교

한·일 관계 해법도 대체로 대동소이하다. 박근혜정부의 ‘12·28 한·일 위안부 합의’는 파기 또는 개정하되,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는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양국 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갈 위안부 합의 파기·개정 이후 한·일 관계를 어떻게 이끌어나갈지 구체적인 각론을 제시한 후보는 없었다. 최임광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는 “후보들은 풀어야 할 한·일 경제 현안에 뚜렷한 정책제안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일본과 대립을 지속해 국민의 관심을 그쪽으로 돌리려는 정치적 행위로 해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문 후보는 한·일 관계 공약으로 “위안부 등 역사 문제에 원칙적 대응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위안부 합의엔 명확한 입장 표명을 피했지만, 재협상에 무게를 둘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안 후보는 위안부 합의 재협상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아울러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역사 왜곡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각론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심 후보는 5당 후보 중 대일 스탠스가 가장 강경하다. 위안부 합의 무효 선언 및 재협상 추진, 일본의 확실한 과거사 반성을 전제로 미래지향적 양국 관계를 만들겠다고 했다. 홍 후보는 구체적인 대일 정책 공약은 없지만 언론 인터뷰 등에서 위안부 합의가 “뒷거래”라고 주장하며 “이행도 않겠지만 재협상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 후보는 “한국인이 동의하는 수준의 위안부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10억엔을 반납하고 합의를 파기하겠다”고 했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위안부 재협상이 어느 정도 실현 가능한지 의문”이라면서 “일본 의사를 반영하지 않은 일방적인 공약에 불과해 실현될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한·중 관계 공약은 구호만 화려하다. 문 후보는 한·중 고위급 전략경제대화 및 국방 당국 간 대화 활성화, 북핵 관련 전략적 소통 강화를 내걸었지만 박근혜정부의 대중 정책과 큰 차이점은 없다. 안 후보는 “사드 배치 관련 보복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역시 ‘어떻게(how)’는 빠져 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