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정재흥] 한국 주도의 해결방안 고민할 때

입력 2017-04-26 17:26

최근 한반도 정세가 급격하게 돌아가고 있다. 인민군 창건일인 25일 북한은 6차 핵실험을 하지는 않았지만 300∼400문의 장사정포를 비롯한 포병 전력을 동원해 대규모 화력훈련을 가졌고, 중국군은 2급 전비 태세를 발동하고 북·중 국경지역에 북부전구 소속 10만∼20만명을 긴급 배치했다. 기본적으로 중국군의 전비 태세는 3단계로 나뉘는데 2급 태세는 자국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 위협이 있을 때 무기·장비준비, 병력이동 금지, 전쟁 충돌 대비, 당직 태세 강화 등의 조치가 이루어진다. 미국은 핵 추진항공모함 칼빈슨호를 비롯한 항모전단과 핵추진 잠수함 미시간호 등을 25일부터 한국 해역에 들여보내 고강도 한·미 연합훈련을 펼칠 계획이다.

이처럼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놓고 한반도 정세가 긴장되는 가운데 북·중 관계 역시 일부 언론 보도처럼 다소 충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는 있다. 그렇다고 중국의 대북정책 기조가 변화되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22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가 논평을 통해 북한이 6차 핵실험을 실시한다면 원유 공급을 대폭 축소할 것이며 미국이 고려하는 북한의 주요 핵·미사일 시설에 대한 외과수술식 공격(surgical strike)에 대해서도 일단 외교적인 수단으로 억제하겠지만 군사적 개입은 불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물론 미국이 공격을 감행할 경우 북한이 한국에 대해 군사수단을 통한 보복타격 을 하거나 한·미 군대가 중국의 사전 동의 없이 38선을 넘어 북한 정권 전복을 시도한다면 즉시 군사적 개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는 역으로 향후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 시 북한의 보복과 확전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볼 때 대화와 협상 외에는 다른 해결방안이 없다는 논리로 귀결된다.

중국은 줄곧 무력수단을 통한 북한정권 붕괴와 한반도 통일을 반대해 왔으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기존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를 보여주듯 왕이 외교부장은 23일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문제에 있어 중국은 일관되고 결연하며 결코 바뀌지 않을 것이라면서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평화, 안정유지를 위해 평화적인 수단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쌍궤병행(雙軌竝行·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과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촉구하였다. 여전히 중국에 있어 북한은 사회주의 정치이념을 공유하는 지정학적 완충지대다. 또 중국마저 북한을 포기한다면 북핵 문제 해결은 난망하고 북한 스스로 통제불능 상태에 빠져 중국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체 안정과 평화가 파괴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확고히 갖고 있다.

지난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미국의 국익과 실질적 경제이득을 제일 우선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1조 달러 인프라 투자 참여, 미국 제품 대규모 구매, 일자리 창출 등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실질적 양보가 어려운 북한 핵·미사일, 사드문제 등을 놓고서는 일정한 타협점 모색을 시도하였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소위 최고의 압박과 관여라 밝히면서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대해선 압박 후 대화로 방향을 잡겠다는 입장이다.

향후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놓고 미·중 간 다소 갈등이 예상된다. 하지만 미·중 모두 수용 가능한 합의점을 도출한다면 중국이 줄곧 주장한 대화와 협상을 통한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 방식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향후 한반도 정세 추이를 우리의 희망적 사고에서 벗어나 보다 현실적 인식을 토대로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는 전략적 해결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기이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