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사람들] 서울 작은목자들교회 독서반

입력 2017-04-27 00:07
독서반 교우들이 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남부순환로 작은목자들교회에서 책에 대해 얘기하며 웃고 있다. 김보연 인턴기자

매주 책을 읽는 교회 소모임은 어떨까. 성경을 읽고 큐티(QT)를 나누는 것도 힘든데 과연 두꺼운 책을 읽고 토의를 할 수 있을까 싶다. 그런데 그렇게 하는 곳도 있다. 매주 기독교 서적을 읽고 토의하는 소모임 ‘독서반’을 운영하는 서울 작은목자들교회(박영돈 목사)를 주일인 지난 23일 찾았다. 오전 예배를 마치고 교회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한 뒤 독서반 소속 교우 8명이 한곳에 모였다.

교인들은 손때 묻은 교재 ‘영성의 깊은 샘’(IVP)을 들고 하나둘 탁자에 자리를 잡았다. 발제를 맡은 조장 정회명 교우는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준비했다. 내용은 책 9·10장 종교개혁가들과 복음주의자들의 영성이었다.

“종교개혁가들은 말씀을 하나님의 자기 계시로 정의했고 예수를 말씀의 현현으로 이해했습니다. 이런 이해 때문에 마르틴 루터는 설교 준비에 모든 걸 바쳤다고 해요. 설교 말씀이 먼저 자신에게 향하도록 했다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말씀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한마디씩 했다. “요즘 제가 아침마다 시편을 5장씩 읽어요. 지난번에 읽은 ‘오늘부터, 다시, 기도’(복있는사람)에 나오는 방법을 따라하는 거죠. 시편을 읽으며 기도하니까 아침마다 말씀의 옷을 입는 느낌이에요. 그래서인지 세속적 기준으로 제게 부족한 걸 아쉬워하다가도 내가 속한 하나님 나라를 떠올리며 (제 안에) 옛 사람의 욕심을 내려놓게 되요. 호호.” 신현숙 교우는 미소를 지었다.

참가자들은 발제 중간 중간에 자신의 삶을 나누고 궁금한 것을 묻기도 했다. “청교도들은 회심을 하나의 과정으로 생각했습니다. 저도 돌아보면 2008년 쓰러진 뒤 병석에서 일어나 오늘 여기까지 온 게 다 하나님의 인도라는 생각이 드네요. 독서모임 조장을 맡으면서 교회 결석도 절대로 못하고.” 정회명 교우의 얘기다. 다들 “은혜가 아니냐”며 한바탕 크게 웃었다.

“회심했다고 하지만 저는 매주 주일 사죄의 기도 시간에 똑같은 기도를 합니다. 왜 이럴 수밖에 없는지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해요.” 오범석 교우가 말했다. 인간은 죄에 물든 존재이고 계속 회개하는 게 중요하다는 데로 얘기가 모아졌다. 오 교우는 “19∼20세기만 해도 설교자가 순회하면서 말씀을 전했기 때문에 말씀을 귀하게 여겼는데 지금은 TV 등 미디어에 설교가 흔하다 보니 말씀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서재홍 교우가 이 말을 받았다. “미디어는 수단이라고 봐요. 일전에 정회명 교우님이 아파서 아무 것도 못하고 누워 있을 때 기독교 라디오방송을 들으며 복음을 접했다고 했잖아요. 전 그 얘기가 큰 은혜가 됐어요. 전달 수단에 따라 말씀의 가치는 달라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1시간 30분가량 책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대화가 오갔다. 마칠 무렵 다들 “오늘도 배웠다”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고 책을 덮었다.

참가자에게 독서반의 좋은 점을 물었다. 성은경 교우는 “예전엔 독서편식이 있었는데 지금은 좋은 책을 골고루 읽는다”고 했다. 박형진 교우는 “기독교 지식과 교양을 체계적으로 쌓는 느낌”이란다. 남윤미 정재엽 교우는 “신앙적 고민을 깊이 있게 나눈다”고 자랑했다. 작은목자들교회는 올해 하반기 독서반을 더 늘릴 계획이다. 박영돈 목사는 “독서는 기독교인의 신앙 성숙을 위해 좋은 방법”이라며 “한국교회에 이런 독서운동이 일어나면 좋겠다”고 했다.

글=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사진=김보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