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대통령 선거일엔 꽃놀이나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가. ‘행동하는 기독교’(Faith in Action·미로슬라브 볼프)나 ‘정치하는 그리스도인’을 읽고 나면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니 투표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면 이 책들을 안 읽는 게 낫다. 투표하지 않는 것에 대해 두 저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당신은 무책임한 공적 삶을 살고 있다.”
지난해 치러진 미국 대선 직전 출간된 행동하는 기독교는 많은 기독교인을 투표장으로 불러 모았다. 이 책이 미국정치 지형에서 공적인 삶을 다룬다면, 정치하는 그리스도인은 한국 상황에서 정치참여를 논한다. 행동하는 기독교는 ‘광장에 선 기독교’의 후속편이다. 볼프는 ‘광장에 선 기독교’에서 그리스도인이 다원적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탐구했다.
행동하는 기독교(IVP)는 공적 신앙을 지향하는 기독교인이 구체적인 정책 영역에서 어떤 가치를 지향해야할지 알려준다. 1부는 그리스도인의 사회참여를 위한 성경의 토대, 2부는 교육 건강 노후 등 17개 사회적 의제에서 기독교인이 지켜야할 신념, 3부는 용기 겸손 긍휼 등 신앙인이 공적 삶에서 보여줘야 할 5가지 품성을 다룬다.
볼프는 공적 삶을 논의하기 위한 기준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세운다. 예수가 선포한 말씀의 핵심은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마 4:17)다. 저자는 예수가 하나님 나라를 위해 일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그 나라를 위해 우리를 불렀다고 한다. 몇 개 의제를 살펴보자. 일과 안식 편. 볼프는 안식일에 대해 “인간 번영의 성격에 관해 심원한 무언가를 보여주었다”(96쪽)고 한다. 안식이 피로회복을 위한 수단이라고 이해하는 것은 안식을 일에 종속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안식의 시간은 하나님이 만든 선한 세계에 몰입하는 시간이라고 본다. 모든 노동자는 적정한 임금과 안식을 가져야 하고, 안식을 소비와 오락으로 전락시키는 여가문화에 저항해야 한다고 볼프는 얘기한다.
노후의 삶 편에서 볼프는 “한 사회의 인류애는 그 사회가 더 이상 유용한 일을 할 수 없는 이들은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평가될 것”이라고 한다(163쪽). 그러면서 노인들이 관계의 단절이라는 ‘사회적 죽음’을 맞지 않도록 보살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의 신념 기저에는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존재에 대한 경외와 사랑이 있다.
결혼과 가정 편에 제시된 신념 중 동성결혼 부분은 국내에선 논란이 될 대목이다. 볼프는 동성 커플도 자녀를 양육하고 언약적 헌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지지할만한 유익이 있다고 주장한다(137쪽).
이 책은 “그럼 기독교인은 어떤 가치를 지향해야 하는가”란 질문에 대해 두루뭉술하게 ‘사랑’이란 답밖에 듣지 못했던 기독교인의 시야를 틔워준다. 김회권 숭실대 교수는 “광장으로부터 도피하려는 한국교회를 토론이 이뤄지는 언덕으로 끌어내릴 자극제”라고 평가했다. 각 장 말미에 첨부한 풍부한 분야별 자료 목록은 책의 소장 가치를 높인다. 하지만 미국 대선을 앞두고 나왔기 때문에 한국에 바로 적용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
정치하는 그리스도인(SFC출판부)은 신앙인의 정치참여에 대한 한국 신학자의 본격적인 연구서다. 2012년 출간됐다. 저자 김형원 기독연구원느헤미야 원장은 “기독교인의 정치참여를 논한 책이 별로 없어서 집필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치 혐오증에서 출발해 정치와 신앙의 관계, 시민 불복종, 정치원리 등을 기독교적으로 다룬다. 특히 다양한 정치참여 방법이 눈길을 끈다. 사회와 정치에 대한 공부, 사회봉사, 투표 참가, 정치 참여, 기독교적 윤리를 법으로 입안하는 것 등을 제안한다. “정치는 결국 사람이 사는 방식입니다. 그렇기에 하나님의 관심 사항이고 또한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삶의 일부입니다. 그러므로 정치를 우리의 관심 영역에서 배제할 때 하나님께서 원하는 참된 제자도는 큰 손상을 입습니다.”(9쪽) 정치에 대한 저자의 핵심 견해다. 두 책은 투표하러 가야할 수많은 이유를 알려준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왜 기독인은 선거일, 꽃놀이 대신 투표해야 하는가
입력 2017-04-27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