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보수정당과의 후보 단일화에 반대하는 ‘자강론’을 고수하고 있다. 국민의당 내에선 보수정당과 손을 잡았다가 진보 성향의 중도층이 이탈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다만 당 일각에서 바른정당과의 연대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이다. 안 후보 지지율이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는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 개헌 카드가 또다시 비문(비문재인) 연대의 연결고리로 부상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국민의당은 25일 바른정당의 안철수·홍준표·유승민 후보 단일화 제안에 대해 “검토하지 않겠다”고 일축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상임선대위원장은 선대위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그대로 가겠다”며 “그 집(바른정당) 일을 우리가 상관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주승용 공동선대위원장은 “연대라는 글자는 구시대 박물관으로 보냈다”고 거들었다.
안 후보의 자강론은 지난해 총선에서 야권 통합 압박을 이겨내고 승리했던 경험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그동안 “상대 정치인을 안 보고 국민만 보고, 지지율도 안 보고 정치를 했다”고 강조해 왔다. 더욱이 보수정당과의 연대는 호남 표를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한 의원은 “호남 지역 의원이 대부분인 우리 당에서 보수정당과의 단일화 논의가 탄력을 받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후보 단일화 대신 집권 이후 통합내각 구상을 밝히며 외연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정동영 공동선대위원장은 선대위회의에서 이번 대선의 후보별 득표율을 기준으로 통합내각을 구성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39석 갖고 뭘 하겠느냐’는 네거티브나 불안정감이 오히려 기대감으로 바뀌면 ‘과거 대 미래’의 대결 구도가 선명하게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연대론의 근거로 거론되는 소수 정당의 한계를 통합정부론으로 돌파하겠다는 취지다.
그럼에도 당 내부에선 연대론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 일부 인사들의 물밑 접촉도 진행 중이다. 연대론 지지자들은 “대선은 조직력 싸움”이라는 주장을 거듭한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매머드급 전국 조직에 맞서려면 바른정당과의 연대선언 이상의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은 바른정당과의 후보 단일화에 대해 “결론을 바로 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심각하게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문 연대의 공통분모로는 개헌 카드가 거론된다. 개헌을 명분으로 내세워 일부 보수세력뿐 아니라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와 정운찬 전 국무총리까지 힘을 합치도록 한다는 시나리오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단일화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제기하는 의원은 아직 없지만 개헌을 고리로 김 전 대표 등과 힘을 합치는 시나리오는 살아 있는 카드”라고 전했다. 안 후보 지지율이 계속 하락할 경우 국민의당이 ‘자강론 대 연대론’으로 갈려 내홍에 휩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안철수 ‘단일화’ 단칼 거부… 지지율 더 빠지면 黨 내홍 우려
입력 2017-04-25 18:02 수정 2017-04-25 2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