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금지가 풀린 재계 총수들이 해외 활동을 본격화한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으로 출금이 해제된 SK 최태원(왼쪽) 회장은 회사의 가장 큰 현안으로 떠오른 도시바 메모리사업 부문 인수 챙기기에 나섰다. 25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2박3일 일정으로 24일 일본으로 향했다. 최 회장은 도시바 경영진, 일본 금융권 관계자들과 만나 도시바 인수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다. 특히 일본이 기술 유출 등 우려로 미국 외에 다른 나라에는 도시바를 매각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움에 따라 일본을 설득할 다양한 카드를 제시할 계획이다. 최 회장은 출국하면서 “도시바와 SK하이닉스가 함께 협업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강구하겠다. 단순히 기업을 사는 개념보다 조금 더 나은 방안을 찾아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도시바 인수전이 마무리되는 대로 중국으로 향할 예정이다. 사드 보복 등으로 SK그룹의 중국 사업이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의 중국 전기차 배터리 공장은 1월부터 가동이 중단됐고 SK종합화학이 추진하던 중국 상하이세코 지분 인수도 답보 상태다. 최 회장은 이르면 다음 달 중국에서 열리는 상하이포럼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동빈(오른쪽) 롯데그룹 회장은 출금이 풀리자마자 일본으로 향했다. 불기소 처분된 최 회장과 달리 신 회장은 뇌물죄 혐의가 적용돼 불구속 기소됐다. 이를 계기로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경영권 탈환을 위해 다시 움직이고 있다. 신 회장이 6월로 예정된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표 단속을 위해 일본을 첫 출장지로 정했다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하지만 이미 지난 3번의 주주총회에서 모두 신 회장이 승리한 만큼 이번에도 큰 이변은 없을 것으로 롯데 측은 예상하고 있다.
신 회장은 재판이 없는 주말을 중심으로 해외 현장경영을 이어갈 계획이다. 롯데 관계자는 “신규 점포 오픈, 사업 협력 등 그동안 미뤄왔던 현안이 많다”면서 “하지만 중국은 당분간 방문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사드 배치 문제의 경우 한국과 중국 정부 간에 해결할 일인 만큼 차기 정부가 들어선 이후 전개될 상황에 따라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족쇄가 풀린 두 총수와 달리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 삼성은 미래 사업을 위한 모든 활동이 사실상 올스톱된 상태다. 새로 나온 갤럭시S8의 판매 열기가 뜨겁고, 반도체도 계속 호황이 이어지는 등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은 순탄하지만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제2의 하만’ 찾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삼성 내부 분위기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도시바 인수전 챙기자” 최태원 일본行 “경영권 확실히 다지자” 신동빈 日 출장
입력 2017-04-25 1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