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 호조로 우리경제 봄바람 분다는데…

입력 2017-04-26 05:02

수출을 중심으로 한국경제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호황에 힘입어 지난달 수출입물량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낙관’으로 돌아섰다. 수출 호조와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진 결과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 전반의 회복세로 해석하긴 힘들다고 말한다.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 등 일부 대기업에만 온기가 돌고, 국내 고용의 88%를 담당하는 중소기업은 계속 쪼그라들고 있어서다. 일종의 ‘산업 양극화’다. 대기업 중심의 수출 증가와 투자 확대가 궁극적으로 고용과 가계소득 증대로 이어지려면 차등적 법인세 인상 등 조세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3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서 수출과 수입물량지수가 각각 151.26과 139.16으로 1988년 통계작성 이후 최대치라고 25일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수출물량지수는 4.9%, 수입물량지수는 11.2% 늘었다. 환율의 영향을 받는 수출입금액지수도 각각 130.93, 120.97로 2년여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수출입지수 개선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덕분이다. 이 제품들을 만드는 데 필요한 일반기계의 수출입물량이 급증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석유화학 분야의 지표도 좋아졌다.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가 해소됐고, 대우조선해양이 채무재조정으로 법정관리를 면하게 되면서 ‘4월 위기설’이 상당부분 해소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런 흐름을 타고 소비자심리지수는 6개월 만에 기준치를 넘어 101.2까지 올랐다. 소비자심리지수는 2003∼2016년의 장기평균을 기준(100)으로 삼는다. 기준보다 높으면 낙관적임을, 낮으면 비관적임을 뜻한다.

특히 6개월 후를 내다본 향후경기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와 취업기회전망 CSI가 각각 12포인트, 10포인트나 올라 2010년 이후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대선 유력주자의 경기 부양 및 취업 공약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

현재의 수출 호조는 성장률을 끌어올리지만, 국민 다수의 가계지출 확대와는 거리가 있다. 한은의 소비자심리지수 항목 가운데 생활형편전망 CSI, 가계수입전망 CSI, 소비지출전망 CSI는 전달보다 1∼3포인트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투자가 늘어나도 사람 대신 첨단장비를 들여오는 산업이라 고용이 거의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상당수 공장이 해외에 있어 중소기업 등 협력업체로 온기가 퍼지기도 어렵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차기 정부는 고용의 다수를 책임진 중소기업에 대해 대기업보다 낮게 법인세율을 인상하는 등 조세 정책을 손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중소기업의 일자리 창출이나 정부조달 관련 분야에 신정부가 재정지출을 확대해야 체감경기가 바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