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서커스 ‘라 베리타’ 연출가 다니엘 핀지 파스카 “서커스에 삶의 빛나는 순간들을 담았어요”

입력 2017-04-26 05:00
세계적인 서커스 연출가 다니엘 핀지 파스카는 25일 “‘라 베리타’는 달리의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모티브로 했지만 좀 더 가볍고 아름답게 표현한 작품이다. 관객에게 놀라움과 즐거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LG아트센터 제공

“서커스는 굉장히 미묘하고 섬세한 예술입니다. 우리 삶의 빛나는 순간들을 발견하게 해주거든요.”

스위스 출신의 세계적 서커스 연출가 다니엘 핀지 파스카(53)가 최신작 ‘라 베리타’(27∼30일 LG아트센터)를 들고 6년 만에 내한했다.

마임이스트, 작가이기도 한 파스카는 서커스를 단순한 쇼에서 예술의 차원으로 끌어올린 거장 가운데 한 명이다. ‘라 베리타’는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걸작 ‘광란의 트리스탄’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으로 압도적인 미장센을 자랑한다.

25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예술은 늘 관객에게 삶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서커스도 마찬가지”라며 “줄타기는 인생 한가운데서 중심을 잡으려는 인간의 모습 자체이고, 서로 붙잡아주는 아크로바틱(기예)은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유명 사진작가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체조를 배우다 서커스에 입문했다. 젊은 시절 광대극으로 큰 성공을 거뒀던 그는 2001년 아내 줄리 아믈랭 핀지를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서커스 연출에 나섰다.

아내는 ‘서크 엘루아즈’를 공동 창단한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노마드’ ‘레인’ ‘네비아’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으며 태양의 서커스 중 대작인 ‘코르테오’와 ‘루지아’를 연출했다.

그는 서커스를 넘어 오페라 등 다른 공연 장르에서도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 동계올림픽 폐막식, 2014년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 폐막식과 소치 동계패럴림픽 개막식을 연출했다.

그는 “두 번의 동계올림픽 폐막식을 스위스 출신인 내게 맡긴 것은 다른 관점으로 자신들을 바라봐주길 원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나라 사람이기 때문에 보다 자유롭게 두 나라를 바라보고 놀라운 디테일을 찾아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팀(다니엘 핀지 파스카 컴퍼니)은 18개의 다른 국적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받아들인 이미지가 다음 작품에 반영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한국에 조언을 부탁했다. 그는 “예산과 시간에 맞춰 정확하게 기획하고 진행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특히 한정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분배하고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치올림픽 폐막식을 앞두고는 열흘 동안 한숨도 못 잤다”며 웃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