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뒷談] 세종청사 고위직들, ‘작별’고하거나 갑자기 ‘열심’이거나

입력 2017-04-26 05:00

“오늘은 제가 하는 마지막 브리핑이 될 것 같습니다.”

최근 경제부처 모 차관은 정례 브리핑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이뿐만 아니라 국장급 이상 고위공무원들의 작별인사(?) 자리도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세종청사 고위공무원들은 사실상 일손을 놓은 모습이다. 현안을 챙기고 차기 정부에 보고할 업무보고서를 준비하는 것은 과장급 이하 공무원의 몫이다.

이 와중에 어느 때보다 열심히 일하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고위공무원도 있다. 한 경제부처의 실세라 불리는 A국장은 평소에도 다양한 시나리오에 맞춰 보고서를 여러 개 만들 정도로 철저하고 부지런한 것으로 유명하다. 열심히 일하는 것은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열심’의 정도가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는 게 주변 평가다.

A국장은 밤낮없이 단체 메신저방에 업무 지시를 내려 웬만큼 내공이 쌓인 직원조차도 버텨내기 힘들다고 호소할 정도다. 새벽까지 야근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일부 직원은 건강에 이상이 생겨 휴직을 고민하고 있다. 아예 지방자치단체로 자리를 옮긴 직원도 생겼다.

성과를 내겠다며 업무도 무리하게 밀어붙인다는 뒷말도 나온다. A국장은 지난해 11월 외국 정부와 업무를 진행하면서 이번에 무조건 마무리하자고 사정하다시피 했다고 한다. 관련된 다른 정부부처의 공무원들조차 시한을 정해놓고 몰아붙이는 A국장의 업무 스타일을 하소연할 정도다.

이처럼 고위공무원들이 느닷없이 열심인 데는 이유가 있다는 게 관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모 부처 관계자는 “차기 정부에서도 자기 자리를 만들기 위해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것”이라며 “나라를 위하는 게 아니라 자기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일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