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매매 수수료 등 전통적 수익모델에 한계를 느낀 증권사들이 새 먹거리 찾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체투자가 대표적이다. 부동산에 투자해 임대 수익을 내는 투자뿐만 아니라 항공기, 사회간접자본(SOC) 등으로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지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을 위주로 진행되던 부동산펀드는 점점 개인투자자에게 확대되고 있다. 리스크는 있지만 저금리 시대에 고수익을 내길 원하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대표적 대체투자인 부동산펀드 수탁액은 51조4744억원으로 지난해 4월 말 39조원보다 크게 늘었다. 특히 해외부동산펀드가 급성장세다.
아직은 기관투자가로 구성된 사모 위주다. 투자 대상 자산의 가격이 높다 보니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자금을 끌어모으기 쉽지 않아서다. 기관투자가들로서는 리스크를 안고 고수익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기회다. NH투자증권은 서울 여의도에 초고층 오피스 빌딩, 호텔 등을 조성하는 파크원 프로젝트에 2조1000억원을 조달하는 계약을 지난해 체결했다. 연면적이 여의도 63빌딩 4배에 달하는 대형 사업이다. 30여개 금융회사들이 자금 조달에 참여한다. 미래에셋대우는 약 3500억원 규모인 독일 통신사 보다폰 본사 빌딩을 인수하기로 했다. 2012년 말 완공됐고 보다폰과 20년 장기 임대차 계약이 체결된 건물이다. 삼성증권은 글로벌 대체투자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제1회 한국 에어파이낸스(airfinance) 콘퍼런스를 지난달 서울에서 개최했다. 해외 항공사 및 글로벌 항공기 금융 관계자 등이 네트워킹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목받았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폴란드 아마존 물류센터, 호주 캔버라 복지부 빌딩 등을 잇달아 매입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국내 최대 자동차 복합단지인 도이치 오토월드 금융주관사로 선정되는 등 대체투자를 통한 수익성 개선에 나섰다. 지난해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 합병으로 출범한 KB증권은 국민은행과의 협업을 통한 부동산 금융, 유동화 분야 등 전 영역에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미국 뉴욕에 위치한 ‘10허드슨’ 오피스 빌딩의 중순위 대출채권을 매입했다. 지난해부터 대체투자부를 신설하고 항공기펀드 직접투자, 해외 복합화력발전 운영자산에 투자하는 등 실물자산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 대신증권은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한 대신하임전문투자형펀드를 완판했다. 대신증권이 상품 영업을 맡고 대신자산운용이 설정과 운용을 담당하는 협업 형태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해 말 에미리트항공이 보잉기 2대를 매입할 때 자금조달을 주선했다. 전체 거래액 3억 달러 중 약 1억 달러(약 1200억원)를 국내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조달하는 구조였다. 에미리트항공이 항공기를 12년 동안 빌리고 임대료를 낸다.
일반투자자들도 접근할 수 있는 공모형 상품도 속속 나오고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 등은 지난달 말 미국 워싱턴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본사 빌딩에 투자하는 펀드를 공모로 내놨다. 16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개인투자자로부터 끌어모았다. 임대료를 받아 수익을 내는 구조로 연 6.5% 수익이 예상된다. 정부 기관이라 연체 위험도 낮은 편이다. 증권사들은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일반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공모형 대체 투자 상품 출시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2017, 증권사 재도약 원년] 저금리·저성장 시대,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넘는다
입력 2017-04-25 18: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