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없는 동네에 교회 간판을 걸었습니다. 한사람을 모시고 시작했어요. 일본어가 어눌한 아주머니였습니다. 한참 지나 그분이 친구 한 명을 데려오고 그 친구가 또 다른 사람을 데려오고….”(A선교사)
지난 20일 저녁 일본 오사카의 중앙침례교회에 한인 선교사 10여명이 모였습니다. 재일한국기독교연합회(한기연)와 서울 대치순복음교회가 마련한 선교사 간담회 자리였습니다.
현지 한인 선교사들이 전한 사역 경험담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고군분투’였습니다. 복음화율 1%가 되지 않는 복음의 동토(凍土)에서 한 영혼을 교회로 인도하려는 그들의 열정이 가슴 깊이 와 닿았습니다.
하지만 20년 가까이 현지인 목회를 이어온 선교사들이 자신이 시무하는 교회의 출석교인 수를 언급할 땐 멈칫했습니다. 10명도 채 안 되거나 20명을 넘지 못하는 교회가 다반사였거든요.
한국교회에선 신자 20명이 그리 많지 않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이 숫자만큼의 신자를 모으는 일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라고 합니다. 일본과 일본인 특유의 정서, 기독교와 한국인에 대한 독특한 인식과 편견 등 복잡한 이유가 복음 전파를 가로막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재일 한국인 선교사들은 한국교회가 깜짝 놀랄만한 일을 벌였더군요. 한국교회도 이뤄내지 못한 연합기구의 통합을 성사시킨 겁니다. 지난해 12월 공식 출범한 한기연이 바로 그 열매입니다. 직전까지만 해도 일본 내 한인 선교사회는 ‘재일한국기독교선교협의회’와 ‘재일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따로 활동해왔습니다. 당초 하나의 조직이었는데 10년 전쯤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갈라졌습니다.
분열은 조직의 힘을 약화시켰습니다. 갈등과 반목을 조장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선교 환경이 척박한데, 우리부터 하나 됨을 이루지 못하다니….’ 현실을 개탄하는 분위기가 재일 선교사들 사이에 번졌습니다.
‘우리도 하나가 돼 봅시다.’ 양 단체는 수년 동안 설득하고 조율하기를 그치지 않았습니다. 드디어 지난해 초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정관 마련 등 작업을 거쳐 통합 합의문을 만들어 냈습니다. 12월 5일에는 역사적인 통합 총회를 가졌습니다. 500명 안팎의 재일 한인 선교사회가 10년만에 다시 뭉친 것입니다.
“통합 과정에 어려움이 왜 없었겠습니까. 하지만 ‘반드시 하나가 돼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이 곁길로 새지 않게 만든 것 같아요.”
오사카 현지에서 만난 한기연 공동회장 이병용 선교사의 말입니다. 오랜 진통 끝에 9부 능선까지 다다른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교회연합 간 통합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마음 역시 ‘반드시 하나가 돼야 한다’는 절박함이 아닐까요. 오사카=글·사진 박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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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톡!] 한국교회도 못한 연합, 在日선교사들 이뤘다
입력 2017-04-26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