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서광이 비치는 것일까. LA 다저스의 류현진이 부상 복귀 이후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다. 무려 961일 만에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며 본격적인 부활을 예고했다. 하지만 팀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해 시즌 4패를 기록했다. 좌투수가 등판하면 라인업에서 빠지는 ‘플래툰 시스템’의 희생양이었던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김현수는 분노의 시즌 첫 홈런을 날렸다.
류현진은 2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AT&T파크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6이닝 동안 1실점으로 다저스 마운드를 지켰다. 이날 류현진은 안타 5개를 내줬지만 매 경기마다 내줬던 홈런은 없었다. 퀄리티 스타트를 달성하기는 2014년 9월 7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6⅔이닝 2실점) 이후 처음이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5.87에서 4.64로 대폭 낮아졌다.
류현진이 이전 경기와 달리 좋은 구위를 선보인 것은 직구 구속 증가와 체인지업 활용 덕분이었다. 앞서 세 차례 선발로 나선 경기에서 평균 90마일(약 145㎞)을 밑돌던 직구 구속은 이날 91∼92마일까지 끌어올렸다. 최고 구속은 93마일(150km)이었다. 체인지업 비중을 늘린 것도 효과를 봤다. 이날 96개의 공 중 40개가 체인지업으로 직구(30개)보다 많았다. 30%대이던 체인지업 비중이 42%까지 올라갔다. 직구는 빨라지고 체인지업을 적극 사용하면서 상대팀 타자들의 노림수를 피해갔다.
구위 회복 덕분에 홈런 징크스에서도 벗어났다. 지난 3경기 동안 피홈런 수가 6개나 됐지만 이날은 피해갔다.
문제는 타선에 있었다. 류현진이 6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는 동안 다저스 타선은 샌프란시스코 선발투수 맷 케인의 호투에 눌려 2안타로 꽁꽁 묶였다. 코리 시거와 야시엘 푸이그의 안타가 전부였다. 다저스 타선은 올 시즌 류현진이 등판한 네 경기에서 단 2점만 뽑아냈다. 류현진은 다저스가 0-1로 뒤진 7회 마운드를 내려왔다. 다저스는 이날 1대 2로 졌다. 류현진은 잘 던지고도 패배를 떠안았다.
미국 지역 언론 LA타임스는 “다저스 타선은 올 시즌 최고의 투구를 한 류현진을 돕지 못했다”며 “류현진은 지난 세 경기에서 6홈런을 내줬지만 이날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날의 호투로 다음 등판이 더욱 기대된다. 류현진은 최근 두 경기 연속 6이닝에 투구수 90개 이상을 기록했다. 왼쪽 어깨 통증도 완전히 털어냈고 등판 횟수가 늘면서 경기 감각과 구속도 살아났다.
김현수는 시즌 첫 홈런을 신고했다. 김현수는 탬파베이 레이스전에서 4경기 만에 선발로 나섰다. 김현수는 볼티모어 벅 쇼월터 감독의 플래툰 기용에 무력시위라도 하듯 팀이 1-3으로 뒤진 6회 추격의 솔로포를 때렸다. 볼티모어 6대 3 역전승의 디딤돌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국프로야구(KBO)를 거쳐 간 에릭 테임즈(밀워키 브루어스)의 괴력은 멈추질 않고 있다. 테임즈는 신시내티 레즈전에서 1회와 2회 연타석포를 장식하며 팀의 11대 7 승리를 이끌었다. 테임즈는 개막 이후 10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빅리그에서 가장 먼저 두 자릿수 고지를 밟았다. 이 추세라면 앨버트 푸홀스(2006년)와 알렉스 로드리게스(2007년)가 세웠던 메이저리그 4월 최다 홈런 신기록(14개) 경신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961일 걸렸다… 류현진, 그 모습 그대로
입력 2017-04-25 1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