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수·중도 후보 단일화 움직임,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입력 2017-04-25 18:15
‘중도·보수 후보 단일화’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선 후보 지지율이 좀처럼 뜨지 않는 바른정당이 ‘3자 원샷 단일화’를 꺼내면서다. 바른정당 입장에선 후보 사퇴까지 염두에 둔 극약 처방이다. ‘문재인-안철수’ 양자 대결에선 접전이 가능하다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근거를 찾고 있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지도부 간 접촉 움직임도 벌써 포착되고 있다. 5·9 대선이 불과 14일 남은 상황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독주 체제를 뒤흔들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변수가 될 전망이다.

보수 진영으로 한정하기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포함한 3자 후보 단일화 카드가 파급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측면이 있는 건 맞다. 그러나 냉정하게 평가할 때 시간과 효과, 명분 등의 측면에서 현재로선 성사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단일화 협상을 진행하기 위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또 안 후보 입장에선 호남 및 중도개혁 성향 지지층을 잃을 수 있는 위험성을 감수해야 한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나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경우 대선 승리가 확실치 않은 단일화를 위해 후보 자리까지 내놓기가 쉽지 않다. 특히 각 당 지도부 중심의 정치공학적 연대 움직임은 오히려 문 후보 지지층을 보다 결집시킬 역효과마저 낳을 수 있다. 문 후보라는 특정 개인 반대를 위한 연대를 국민들이 반길 리도 만무하다.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단일화를 이뤄내기 위해선 대선 이후의 국정 운영 비전을 함께 제시하는 게 먼저다. 과반 의석을 점유한 정당이 없는 현재의 4당 구도에선 누가 집권해도 국정 운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 공약 정도라도 공통분모를 찾아내야만 유권자들을 설득할 명분이 생긴다. 당선 이후 협치 모델을 제시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 같은 움직임을 통해 정치인들에 의한 인위적 연대가 아닌 표에 의한 단일화를 추구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길 잃은 보수층의 전략적 선택도 기대할 수 있는 방식이다. 단일화 효과를 높이려면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는 30일 전에 이뤄져야 한다.

집권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문 후보는 왜 중도·보수 후보 단일화 카드가 여전히 살아 있는지를 직시하기 바란다. 친문 패권주의에 대한 반감이 여전하다는 증거다. 안 후보를 비롯해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 손학규 국민의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 등을 보듬지 못하고 반대편에 서게 한 이가 바로 문 후보 자신이지 않은가. 많은 국민들은 문 후보가 집권하면 과거 편가르기식 국정 운영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오로지 문 후보만을 바라보는 ‘문빠’ 측근들의 울타리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표를 위한 통합을 부르짖을 게 아니라 이제는 대선 이후 진정한 통합을 위한 구체적인 약속을 제시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