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인공지능(AI), 로봇공학, 사물인터넷(IoT), 3D 프린팅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눈부신 과학기술의 발전이 야기하는 혁신과 생산성의 극대화를 의미하는 4차 산업혁명은 산업적인 측면에서 이전에 예기치 못했던 거대한 변화를 이끌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에 의하면 독일의 전자상거래업체 오토(Otto)는 인공지능에 기반한 딥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고객의 구매패턴을 분석하고 고객이 어떤 물건들을 살지를 미리 예측했다. 이로써 자동주문과 배달을 완료하는 시스템을 도입,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고 고객의 재구매가 늘어나 고용도 증대되는 효과를 보게 되었다고 한다. 이세돌을 격파한 알파고는 기계가 인류를 대체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불러일으켰지만, 인공지능은 소비자들의 편익을 도모하고 제품과 서비스로부터 체험하는 가치를 증대시키는 유용한 도구로 이용될 것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앱을 통하여 수많은 업체들과 연결된 소비자들은 고객의 취향에 따라 선별된 상품을 추천받고 필요에 따라 항공편과 택시를 검색하는 등 제4차 산업혁명 초입의 혜택을 이미 경험하고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에 의해 정교화되고 음성을 인식하는 가상비서가 나의 일정을 감안하여 자율주행자동차를 사무실 앞에 호출하고 이동하면서 먹을 간식을 드론이 배달하도록 조치하는 세상을 수십년 안에 경험하게 될 것이다.
또한 수많은 분야가 끊임없이 연계하고 융합하는 특성을 지닌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건물과 소비재, 그리고 사람의 신체는 연결되어 함께 움직여 갈 것으로 보인다. 어디서나 자유롭게 통신망에 접속할 수 있는 모바일 인터넷 환경하에서, 스마트폰 카메라는 물론 안경이나 콘택트렌즈 나아가서는 인간의 눈에 증강현실(AR) 기술이 이식될 경우 가상현실과 인공지능이 접목하여 우주 등의 가상공간에서 지인들과 대화를 하고 일상생활을 공유하는 등 아직은 다 가늠하기 힘든 그런 세상이 머지않아 도래할지도 모른다.
4차 산업혁명이 주도하는 시대는 이러한 변화에 신속하게 적응하여 새로운 사업모델을 개발하고 수익창출에 연결시키는 혁신기업들이 수혜를 입는다. 비용절감을 통한 가격경쟁력과 재빠른 추격(catch-up)을 무기로 삼아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던 한국의 많은 기업들의 제조업적 효율성은 혁명적인 기술로 무장한 지적·물적 자본이 기존의 사업을 대체하는 경제환경하에서 급속히 범용화되고 소비자를 위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기업들은 무엇보다 제조업적 마인드에서 탈피하고 모든 가치창출 영역에서 학습된 기계와 인공지능이 만들어내기 힘든 개별 고객에게 특화되고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경영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소비자와의 직접적인 대면을 확대하고 접점을 늘려감으로써 고객들이 기업으로부터 얻는 특별한 경험의 폭을 넓혀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계가 읽어내지 못하는 인간의 마음을 예민하게 감지하고 개별 소비자들의 수요에 반응하여 창의적으로 사업을 수행하는 역량을 갖춘 인적자원의 양성이 필수적이다. 산업구조의 재편에 의해 피해를 입게 될 계층을 위해 사회안전망 확충에 힘쓸 정부 그리고 새로운 환경에서 생애주기에 따른 평생교육을 제공할 대학과의 긴밀한 협력이 요청된다. 더불어 첨단기술 개발과 소비자층을 구성하는 다양한 인간에 대한 심도 있는 지식을 갖춘 인력을 기르는 일에 기업의 과감하고도 선도적인 투자가 제고되어야 할 시점이다.
이재호 경희대 무역학과 교수
[경제시평-이재호] 미래기업의 경쟁력
입력 2017-04-25 1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