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가 자신의 별명이 ‘독고다이’라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홍 후보는 ‘독불장군’이라는 의미로 말했겠지만 독고다이는 일본말로 특공대다. 이런 특공대의 뜻을 되새기게 하는 영화가 나왔다. ‘앤트로포이드’(Anthropoid·숀 엘리스, 2016). 2차대전 당시 나치가 점령한 체코슬로바키아의 총독이었던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 암살작전을 다룬 실화 영화다. 앤트로포이드는 유인원이란 뜻으로 암살작전에 붙은 실제 암호명이다. 하이드리히는 암살될 당시 불과 38세였지만 히틀러와 히믈러에 이은 나치군 서열 3위의 고위급으로 유대인 말살작전을 기획한 악명 높은 인물이다. 그런 하이드리히의 암살은 일반적인 의미의 암살이라기보다 군사작전이다. 망명군 병사들이 영국군에 훈련받은 뒤 특공대로 체코에 공수돼 현지 레지스탕스들과 협력 하에 벌인 군사작전.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암살영화라기보다 ‘특공대 영화’로 분류된다.
영화 후반부 특공대의 은신처였던 성당에서 벌어지는 총격전이 병사들 간 전투라기보다 총질이 난무하는 요즘 범죄영화의 한 장면 같아 오락적으로 가볍게 보이기도 하지만 마지막까지 남은 특공대원이 궁지에 몰려 자살하는 장면은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같은 내용을 다뤘으면서도 ‘앤트로포이드’와 달리 최후의 2인이 서로를 끌어안고 상대방의 머리에 총구를 겨눈 채 자살하는 것으로 끝나는 ‘새벽의 7인’(Operation Daybreak·루이스 길버트, 1975)의 비장미 넘치는 엔딩 신 못지않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 앤트로포이드 작전에 투입된 체코 망명군 특공대를 비롯한 병사들의 훈련을 담당한 영국군 중에 크리스토퍼 리가 있었다. 리는 2차대전 당시 영국군 정보국에서 복무했는데 망명해온 동유럽 병사들의 훈련 담당이었던 것. 이에 따라 그가 나중에 영화 촬영차 체코에 갔을 때 아직 생존해 있던 망명군 병사들이 정복을 차려입고 그를 대대적으로 환영하는 일도 있었다고.
김상온(프리랜서 영화라이터)
[영화이야기] <119> ‘독고다이’ 영화
입력 2017-04-25 1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