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집권 막자”… 전방위 지지 받는 마크롱 일단 우위

입력 2017-04-25 17:13
프랑스 대선 1차 투표 결과가 나온 23일(현지시간) 중도신당 앙마르슈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 지지자들이 파리에서 마크롱의 1차 투표 승리 소식에 환호하고 있다. 아래쪽 사진은 같은 날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후보 지지자들이 북부 에냉보몽에서 르펜의 결선투표 진출을 자축하는 모습. AP뉴시스

중도를 표방하는 젊은 정치인 에마뉘엘 마크롱(39) 전 경제장관과 극우 바람을 몰고 온 강경파 마린 르펜(48) 국민전선(FN) 대표. 다음 달 7일(현지시간)이면 이 두 사람 중 한 명이 25대 프랑스 대통령 자리에 앉는다.

24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프랑스 대선 1차 투표 개표 결과 마크롱이 득표율 23.86%, 르펜이 21.43%를 기록하며 결선에서 정면 대결을 펼치게 됐다. 공화당 대선 후보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의 지지율은 19.94%, 장뤼크 멜랑숑 좌파당 대표는 19.62%로 결선 진출이 좌절됐다. 투표율은 78.23%였다. 대선 결과에 따른 안도감에 따라 이날 프랑스 CAC40지수는 장 초반 4.5%까지 급등했다.

기성 정치권에서 벗어난 ‘아웃사이더’들의 격돌에 세계의 관심이 쏠린다. 엘리제궁 문턱까지 다다른 두 사람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프랑스는 새 역사를 쓰는 셈이다. CNN방송은 현지 언론인을 인용해 “유럽에 정치적 지진이 발생했다”고 표현했다.

마크롱은 개표 후 지지자 집회에서 “국민은 변화에 대한 열망을 표출했다. 우리는 프랑스 정치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열고 있다”고 환호했다. 르펜도 “국민을 거만한 엘리트로부터 해방시킬 때가 왔다”고 승리를 자신했다.

이번 선거에선 경제 상황과 교육 수준을 중심으로 양측 지지층이 뚜렷이 나뉘었다. 실용주의를 내세운 마크롱은 수도 파리를 중심으로 경제력이 비교적 나은 서쪽 지역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았고, 르펜에겐 세계화로 피해를 봤다고 느끼는 동쪽 지역 저소득층의 표심이 집중된 것으로 분석된다.

두 후보에겐 13일의 시간이 남았다. 현재로선 전방위적 지지를 받는 마크롱에게 유리한 국면이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 소프라 스테리아의 조사 결과 ‘오늘 당장 결선이 실시되면 마크롱을 찍겠다’는 응답이 62%, ‘르펜을 찍겠다’는 응답이 38%였다. 다른 조사기관 해리스 인터랙티브에서도 마크롱이 64%를 기록해 르펜(36%)을 크게 앞섰다.

자유와 평등사상 위에 세워진 ‘공화국 프랑스’를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을 주장하는 르펜이 장악하는 것만은 막아야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차 득표율을 보면 마크롱은 르펜에 고작 2% 포인트 앞서 안심할 수 없다. 특히 핵심 지지층은 마크롱보다 르펜 측이 더 굳건하다는 평가다. 1차 선거에서 유권자 690만명이 르펜을 선택한 것은 FN 창당 이래 거둔 최고 성적이다. 세르주 갈람 파리정치대 교수의 가상대결에서도 결선 투표에서 르펜 지지자의 90%, 마크롱 지지자의 65%가 투표한다고 가정할 때 르펜이 승리한다.

극우세력 저지를 목표로 프랑스 정치계는 좌우를 막론하고 마크롱과 손을 잡을 태세다. 피용은 패배 후 “이젠 극우에 반하는 투표를 하는 수밖에 없다”며 마크롱 지지를 선언했다. 집권 사회당 대선 후보였던 브누아 아몽 전 장관도 “르펜에게 가능한 가장 강력한 패배를 안겨 달라”고 호소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도 마크롱을 지지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 전·현직 대통령의 지지 발언도 나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일 마크롱과 통화하면서 “행운을 빈다”고 했다.

반대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르펜이 프랑스에서 일어나는 일에 가장 잘 대응하고 있다”며 “이슬람 테러리즘과 국경 문제에 엄격한 사람이 이길 것”이라고 밝혔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