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년 만에 兩黨 구도 붕괴… 기득권의 몰락

입력 2017-04-25 20:43 수정 2017-04-25 21:50
프랑스 대선 1차 투표 결과가 나온 23일(현지시간) 중도신당 앙마르슈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 지지자들이 파리에서 마크롱의 1차 투표 승리 소식에 환호하고 있다. 아래쪽 사진은 같은 날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후보 지지자들이 북부 에냉보몽에서 르펜의 결선투표 진출을 자축하는 모습. AP뉴시스

23일(현지시간)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 중도신당 앙마르슈의 에마뉘엘 마크롱 전 경제장관과 극우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가 승리한 것은 그간 엘리제궁을 양분해온 공화·사회당의 양당 구도 붕괴를 의미한다. 나아가 ‘기성 정당의 몰락’이라는 정치적 대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집권 사회당의 브누아 아몽 전 교육장관은 한 자릿수 득표율(6.35%)에 그쳤다. 제1야당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는 3위에 머물렀다. 중도 좌우파를 대표하는 이들 양당이 결선투표 진출자를 배출하지 못한 것은 1958년 제5공화국 헌법 시행으로 결선투표가 도입된 이후 59년 만에 처음이다.

당초 사회당 소속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 마뉘엘 발스 전 총리, 공화당 소속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과 알랭 쥐페 전 총리가 대권을 다툴 것으로 전망됐지만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기성 정치인들은 몰락했고, 정치 신예와 ‘아웃사이더’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유권자들이 양당을 ‘보이콧’한 것은 저성장과 고실업이 불러일으킨 프랑스 사회의 분노를 나타낸다고 지적한다.

미 시사주간지 애틀랜틱은 친유럽주의자이자 세계주의자인 마크롱과 반(反)유럽주의자이자 국수주의자인 르펜은 기성 정치에 대한 반발이라는 연결고리를 갖는다고 분석했다. 올랑드 정부에서 대통령 보좌관과 경제장관을 지낸 마크롱은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 기성 정치와 선을 그었고, 르펜은 엘리트 계층에 저항하는 ‘잔다르크’ 이미지를 자신에게 투사했다.

이번 선거에서 득표율 19.62%로 돌풍을 일으킨 장뤼크 멜랑숑 좌파당 대표는 구체제 청산을 주장하며 ‘데가지즘(Degagisme)’을 내세웠다. 축출주의로 해석할 수 있는 데가지즘은 2011년 튀니지의 민주화 시위 ‘아랍의 봄’ 당시 독재자 벤 알리의 하야를 요구하며 시위대가 외쳤던 구호에서 비롯됐다. 이후 벨기에 좌파들은 데가지즘을 일컬어 ‘구체제를 먼저 축출한 뒤 신체제를 모색하는 것’이라는 정의를 내렸다.

프랑스 대선이 기성 정당 몰락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프랑스 기득권 정당이 와해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는 6월 총선에서 사회당과 공화당이 받아들 성적표가 그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6월 조기 총선을 앞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프랑스발 데가지즘의 상륙을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