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대신 왔어요”… 바닥표 훑는 ‘내조의 여왕’
입력 2017-04-25 05:00
19대 대선이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당 후보 배우자들의 지원 유세도 막판 스퍼트를 올리고 있다. 집중유세와 공약 발표, TV토론 참석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남편과 부인을 대신해 틈새를 공략하는 방식으로, 후보 지원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후보들이 일일이 챙기기 어려운 곳에 집중하는 ‘저인망 쌍끌이’식 행보가 배우자들의 선거 전략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부인 김정숙씨는 24일 광주를 전방위로 누볐다. 하루 동안 광주에서만 10곳을 방문했다. 남구 광주공원에서 어르신 배식봉사를 시작으로 요양보호사 교육원, 노래교실, 경로당, 전통시장 등을 40∼50분 단위로 잘게 쪼개 이동하며 노년층 유권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김씨는 자타공인 문 후보의 ‘호남 특사’다. 김씨는 지난해 추석 이후 8개월간 호남에서 살다시피 했다. 교통이 열악한 섬까지 직접 발품을 팔며 총선 패배 이후 성난 호남민심을 되돌리기 위한 ‘문재인 세일즈’에 공을 들였다. 캠프 관계자는 “정말 성실하고 열정적으로 지역을 누비며 바닥 민심을 챙겼다”고 전했다. 문 후보가 강조하는 ‘통합행보’ 보완에도 일조하고 있다. 23일엔 안희정 지사 부인 민주원씨, 박원순 시장 부인 강난희씨, 이재명 시장 부인 김혜경씨와 함께 공식석상에 나서 당내 화합에 힘을 보탰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부인 김미경씨도 매일 숨가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김씨는 이날 오전부터 강원 원주 새벽시장, 강릉 노인종합복지관 등 하루에만 7곳을 방문하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선대위 관계자는 “수업 날만 제외하고 전국을 돌며 안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 역시 오래전부터 호남에 공을 들여왔다. 지난해 11월부터 매주 호남을 찾는다. 지난 20∼22일에도 2박3일 일정으로 광주·전남을 찾아 노인복지관 배식봉사 활동을 했다. 안 후보와 달리기로 체력 관리를 해온 경험을 살려 23일 부산에서 열린 마라톤대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부인 이순삼씨는 24일 경북도당에서 열린 경북선대위 여성본부 회의에 참석했다. 당 상징색인 빨간색 점퍼에 하트 모양의 머리핀을 꽂은 이씨는 “홍 후보가 겉으로는 센 척해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집에서는 너무나 부드러운 남자”라고 말했다. ‘스트롱맨’으로 각인된 홍 후보의 자상함을 부각하겠다는 의미다.
홍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초반 TK(대구·경북) 유세에 집중한 뒤 충청, 수도권으로 북진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그 사이 부인 이씨는 텃밭에 남아 표밭 다지기에 주력한다. 이씨는 지난 18일 서울을 시작으로 19일 충북 제천, 21일 울산, 23일 충남 태안·서산을 돌며 남편 지지를 호소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부인 오선혜씨는 전형적인 그림자 내조형이다. 남편이 4선 의원을 하는 동안에도 외부 활동이 많지 않았다. 그는 유 후보 발길이 닿지 못한 행사장을 찾거나 유아 교육공약 토론회에 참석하는 등 정책 행보를 뒷받침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 남편 이승배씨는 유일한 ‘퍼스트 젠틀맨’ 후보다. 그는 다른 후보 부인들과는 달리 개별 선거운동에 나서진 않지만 언론 인터뷰, 소셜미디어 활동을 통한 ‘메시지 외조’에 주력하고 있다. 당 선대위 관계자는 “과거 노동운동을 같이한 동지이자 인문학자로서 심 후보의 가치와 철학을 유권자들이 공감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글=정건희 권지혜 기자 moderato@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