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오는 6월 증권업계에 ‘초대형 투자은행(IB) 대전’이 펼쳐진다. 증권사들은 주식시장 상황에 휘둘리는 ‘천수답 경영’에서 벗어날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주식 중개를 포함해 세무, 부동산 컨설팅, IB업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복합점포 설립에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8월 초대형 IB 육성 방안을 발표하고,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증권사에 신규 업무를 허용키로 했다. 국내 증권사의 대형화를 유도한다는 취지다. 금융 당국은 다음 달부터 초대형 IB 인가 신청을 받는다. 이르면 오는 6월부터 신규 업무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자기자본 4조원을 넘는 증권사(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는 발행어음 업무 등을 할 수 있다. 발행어음은 자금조달 절차가 간편하다.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뒤 보수적인 은행이 과감하게 대출하지 못하는 벤처기업 등에 자본 공급이 가능해진다.
미래에셋대우는 대표이사 직속으로 초대형 IB 추진단을 신설하고 외부인사를 영입하는 등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12월 미래에셋증권·대우증권 합병을 통해 자기자본 기준 업계 1위(6조7000억원)로 올라섰다. 기업대출 및 중소 혁신기업 자금 지원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자기자본을 8조원 이상으로 높이기 위해 자본 확충도 검토 중이다. 8조원 이상 초대형 IB에는 부동산 담보신탁 업무 등이 허용된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발행어음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발행어음을 통한 자금조달 및 자산운용 업무를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팀이다. 올 하반기에 2조원 규모의 어음 발행을 검토하는 등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조달 자금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KB증권은 지난해 현대증권·KB투자증권 합병과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4조원대를 달성했다. KB증권은 은행·증권 협업을 통한 시너지 효과 창출에 주력할 방침이다. 지난해 8월부터 KB증권과 국민은행이 자산관리(WM) 복합점포 31곳을 개설했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유상증자를 통해 4조원대 초대형 IB에 합류했다. IB본부 강화를 위해 기업공개(IPO) 부분 등에서 우수 인력을 적극 확보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포함 신산업분야 전문가도 채용했다. 법인 고객들에게 통합 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조7000억원 규모의 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4조원을 확보했다. 국내 초대형 IB 대전에서 승리하는 것은 물론 아시아 최고 IB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우리은행 지분 4% 인수에 성공했고, 모회사 한국금융지주는 카카오뱅크 지분 58%를 갖고 있다.
일각에선 일부 대형 증권사들의 징계 전력이 초대형 IB 인가에 필요한 대주주 적격심사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다만 금융위 관계자는 “향후 신청이 들어오면 검토하겠지만 현재로선 별 문제가 없다”며 “기관 제재 등은 인가에 필요한 대주주 적격심사에 문제가 안 된다”고 말했다.
자기자본 4조원 요건을 맞추지 못한 증권사들도 활발하게 움직인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달 자기자본 3조원 요건을 충족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됐다. 헤지펀드를 대상으로 대출·중개·주문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를 할 수 있게 됐다. 국내 IB 시장을 넘어 베트남 등 이머징 국가 진출도 활발히 추진할 계획이다.
자기자본 1조7000억원대인 하나금융투자는 당장 몸집 키우기를 통한 초대형 IB 업무에 뛰어들기보다는 하나은행과의 시너지 극대화에 초점을 맞췄다. 리서치 센터를 장점으로 내세워 자산관리 명가로 거듭나겠다는 생각이다. 기동력이 뛰어난 몽골기병처럼 대형사와의 경쟁을 이겨내겠다는 전략이다.
대신증권은 수익모델 다각화로 초대형 IB와의 경쟁에 대응하기로 했다. 대신증권이 대신저축은행·대신자산운용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만큼 시너지 창출에 최선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흑자 전환이 최대 목표다. 대형 증권사와 경쟁하는 입장이지만 IB 분야 강화를 통한 영업이익 달성에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각오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2017, 증권사 재도약 원년] 초대형 IB 6월 開戰… 빅5 “벤처 자금 파이프役” 샅바싸움
입력 2017-04-24 18:28 수정 2017-04-24 2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