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중부 리아우 지역에서 사역 중인 정규진(48) 선교사가 이메일을 보내왔다. 첨부파일에는 70여장의 사진과 함께 선교활동 내역을 빼곡하게 써 내려간 편지가 들어있었다. 그는 사랑하는 아들을 잃고 실의에 빠졌지만 그 아들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험난한 사역지로 돌아가 사역 중이다.
정 선교사는 사역 12년차를 맞은 2015년 여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감기인 줄 알았던 아들 예일이(당시 17세)가 급성 림프종 백혈병 진단을 받은 것. 7개월간의 투병생활 끝에 예일군은 가족의 품을 떠나고 말았다(2016년 2월 2일자 31면 참조).
지난해 1월 장례식장에서 만난 정 선교사는 “예일이가 유언으로 남긴 말이 ‘엄마 아빠가 자신의 죽음으로 인해 하나님을 향한 선교적 사명을 멈추지 않길 바란다는 것’이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인도네시아를 복음으로 살리고 천국에서 만나자’는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정 선교사 가정은 지난해 9월 리아우로 귀임했다.
아들의 병간호를 위해 12년 동안의 세간을 모두 정리한 상황이었기에 비자와 사역지 등 하나부터 열까지 새로 터를 잡아야했다. 정 선교사는 “아내와 딸 다예의 간절한 기도에 천국에서 보내준 예일이의 응원까지 더해져서인지 처음 인도네시아에 정착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순탄하게 정착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지난 1년여 동안 기적 같은 일들이 이어졌다. 과거 4년 동안 전도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던 무슬림 청년 부부가 마음을 열고 신앙을 갖게 됐다.
정 선교사는 “이 부부가 예수 그리스도를 모르는 리아우오추 말레이종족에게 복음을 전할 씨앗”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슬람계 교육기관뿐인 지역에 최초로 기독교 유치원을 세우고 교육부 인가를 받았다. 초등학교 1, 2학년이 다니는 기독초등학교도 교육부 인가를 받기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다. 지역 내 큰 강과 샛강을 따라 전도하기 위한 전도보트 프로젝트도 펼치고 있다.
1년 3개월여 만에 이메일을 통해 확인한 정 선교사의 삶은 아들의 유언을 새로운 원동력으로 삼아 인도네시아에서 복음의 씨앗을 뿌리는 모습이었다. 편지의 마지막엔 앞으로의 비전과 소망을 담은 외침이 적혀 있었다.
“완전하고 영원한 생명을 허락하신 우리 주님을 찬양하라.”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아들 유언 따라 슬픔 딛고 사역 재개 무슬림 청년 부부 회심 등 기적 이어져”
입력 2017-04-25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