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식구는 박근혜 전 대통령 쪽을 ‘큰댁 식구들’이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큰집 엄마라고 불렀다.”
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 기소)씨 재판에 나온 장시호(38·본명 장유진)씨가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의 관계에 대한 증언을 쏟아냈다. 최씨와 언니 순득씨, 최씨 딸 정유라(21·본명 정유연)씨 사이 뒷얘기도 털어놨다. 갑작스러운 폭로에 최씨는 거친 말을 내뱉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24일 열린 최씨 뇌물 혐의 4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장씨는 “지난해 11월 긴급 체포돼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 피고인(최순실)과 만났다”며 “최씨는 ‘너는 내 심부름한 거잖아. 검사님, 유진이는 언제 나갈 수 있나요’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최씨는 검사에게 물을 달라고 요청해 장씨와 단 둘이 있게 됐다고 한다. 최씨는 이때 “잘 들어. 삼성동 2층 방에 돈이 있어. 유연이랑 유주(정유라 아들) 그 돈 갖고 키워”라고 말했다고 장씨는 주장했다. 장씨는 “삼성동은 박 전 대통령 사저”라며 “돈이 실제로 그곳에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누구 돈인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장씨는 2015년 최씨-순득씨 모녀의 식사자리 일화도 꺼냈다. 당시 순득씨가 “유연아, 독일에서 심심하지 않니”라고 묻자 정씨는 “이모, 나 독일에서 호텔 샀잖아. 올림픽 나가려고 말도 샀어. 삼성 소속이야”라고 답했다고 한다. 순득씨가 자리를 비우자 최씨가 정씨에게 “너 그런 말하면 어떡하니. 하여간 입이 문제야”라고 말했다고 장씨는 증언했다.
최씨는 강하게 반발했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을 큰집 엄마라고 한 적 없다”며 “언니(순득씨)가 유연·유주를 맡아주겠다고 해서 내가 (혐의를) 안고 가겠다고 한 거 아니냐”고 고성을 질렀다. 최씨 집에서 ‘삼성 240억원’이라고 적힌 A4 용지를 봤다는 장씨 주장에도 “거짓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씨도 지지 않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그만 가리라”고 응수했다. 결국 재판부가 두 사람의 다툼을 만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최씨는 “(장씨가) 사실이 아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얘기를 해 당황스러운 나머지 흥분했다”고 했다.
한편 최씨는 자기 일가의 주치의 역할을 했던 이임순(54) 순천향대 교수를 통해 전방위적인 인사 추천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날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김태업) 심리로 열린 국회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교수의 1차 공판에서 특검은 박 전 대통령 주치의였던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의 진술조서 등을 공개했다. 서 원장은 대통령 주치의가 된 후 이 교수와 자주 통화했다고 진술했다. 특검이 공개한 통화 내역에 따르면 서 원장은 이 교수와 1년간 약 321회에 걸쳐 거의 매일 통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이 교수와 초창기에는 박 전 대통령 건강 상태와 관련해 주로 얘기했고 몇 달 후에는 인사 추천과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밝혔다.
최씨가 이 교수에게 인사 대상자를 알아봐 달라고 요청하면 이 교수는 서 원장에게 인사 추천과 이력서를 받아 전달했다. 교육부 장관, 식약처장, 코이카 단장, 주미얀마 대사, 경북대 총장 등 여러 후보자가 추천됐고 인사 자료가 메일에 남아 있다고 특검은 밝혔다.
특검은 “서 원장이 메일로 이력서를 보내면 이 교수가 최씨에게 전달했다”며 “최씨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이 교수에게 추천해 달라고 했고 실제 많은 추천을 한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장 선임에도 관여한 정황이 나왔다. 서 원장은 “이 교수가 서울대병원장 임기를 물어 알려줬더니 도전해볼 생각 없느냐고 해서 시간을 달라고 했다”며 “서울대병원장을 바꾸는 게 박 전 대통령 뜻이냐고 물었더니 ‘그렇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밝혔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장시호 “朴 前 대통령 큰집 엄마라 불렀다” 증언
입력 2017-04-24 18:00 수정 2017-04-25 0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