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뱅크? 디지털 뱅크!

입력 2017-04-24 18:30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선전에 자극받은 은행들이 디지털 변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디지털 전략을 중심에 둔 조직 개편을 단행하는가 하면 핀테크(FinTech·금융과 IT기술을 융합한 새로운 금융서비스) 업체와 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기존 ‘스마트금융그룹’을 ‘디지털금융그룹’으로 재편했다고 24일 밝혔다. 핵심은 ‘디지털전략부’ 신설이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 사업을 집중 발굴하는 게 목표다. 기술을 직접 시연해 보고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임무도 주어졌다. 스마트금융부는 디지털금융부로 이름을 바꿨다. 인터넷은행처럼 얼굴을 보지 않고 영업하는 ‘비대면 채널’에 집중한다.

조직을 개편하면서 이광구 행장은 ‘영선반보(領先半步)’ 전략을 강조했다. 비용 대비 실익을 따져 반걸음씩만 앞서자는 주문이다. 우리은행은 2015년 5월 국내 최초의 모바일은행인 위비뱅크를 내놓았는데, 다른 은행들과 견줘 간발의 차이로 ‘최초’ 타이틀을 차지했다.

디지털 강화는 올해 은행권의 조직 개편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신한은행은 컨트롤타워 역할의 디지털전략본부, 인터넷은행 대응을 위한 써니뱅크 사업본부, 비대면 채널 경쟁력 강화를 위한 디지털금융본부 등으로 역할을 나눠 재편성했다. KEB하나은행은 미래금융그룹을 확대 개편하며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쓰는 ‘셀(Cell) 방식’을 인사에 도입했다. 특정 디지털 과제에 따라 인원을 유연하게 조정해 효율성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은행과 핀테크 업체의 협력체계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18일부터 간편송금 애플리케이션인 ‘토스(Toss)’와 제휴를 시작했다. 토스는 계좌번호가 담긴 문자메시지를 휴대전화에 가져다 붙이면 돈을 보낼 수 있는 앱이다. 송금 업무의 특성상 안 되는 은행이 있으면 상품 확장에 한계가 있다. 우리은행은 스스로 구축한 위비 플랫폼을 강조하며 토스 참여를 미뤄왔는데 이번에 ‘금족령’을 풀었다.

NH농협은행은 금융관련 운영체계(API)를 스타트업에 개방해 핀테크 기업 성장의 못자리 역할을 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에는 P2P업체인 미드레이트, 8퍼센트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자금관리 API를 공동 개발한다. IBK기업은행도 핀테크 기업 아이비솔루션즈와 협업해 카드 결제를 담당하는 POS 단말기에서도 계좌이체 잔액조회를 할 수 있는 ‘IBK POS-뱅킹 서비스’를 선보였다.

우성규 기자,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