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흥분제’ 파동으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비판하는 상대 후보들의 셈법이 복잡하다. 19대 대선이 다자 구도로 진행되는 바람에 각 후보의 지지율 등락이 곧바로 다른 후보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홍 후보의 지지율을 10% 아래로 묶어두는 게 급선무다. 국민의당 선대위에선 안 후보가 강세를 보였던 대구·경북 지역에서 홍 후보 지지율이 높아진 데 대한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24일 “이번 대선의 키맨은 홍 후보”라며 “홍 후보가 10% 이상 치고 올라가면 안 후보의 확장성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홍 후보의 지지율이 높아지면 안 후보의 보수 지지층이 잠식될 수 있다는 얘기다. 안 후보가 23일 중앙선관위 TV토론 시작부터 “홍 후보는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토론 내내 홍 후보를 아예 쳐다보지도 않은 이유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홍 후보와의 싸움을 보수적통 경쟁으로 보고 있다. 홍 후보와의 싸움에서 패할 경우 유 후보뿐 아니라 자유한국당과 결별을 선언했던 바른정당의 존립 기반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절박감이 크다. 유 후보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홍 후보에 대해 ‘형사 피고인’이라는 표현을 쓰며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진보 성향 이미지를 선명하게 부각시키려고 홍 후보 때리기를 이어간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념적으로 가장 반대편에 있는 홍 후보를 공격함으로써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포석이다. 심 후보는 24일 유세에서 “홍 후보는 박근혜정권의 후예”라며 “자유한국당은 석고대죄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형사 피고인을 후보로 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후보는 다소 애매한 상황이다. 문 후보 입장에서 홍 후보는 보수 진영의 표가 안 후보에게 쏠리지 않도록 하는 ‘필요악(惡)’ 역할을 하고 있다. 문 후보는 전날 토론에서 홍 후보의 공격이 거세지자 “다들 사퇴하라고 하지 않느냐”며 우회적으로만 사퇴를 요구했다. 다만 당 안팎에선 문 후보가 ‘적폐세력’으로 규정했던 홍 후보에 대한 공격을 애써 자제하는 것처럼 비치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승민 후보는 “민주당은 홍 후보의 강간미수 공범 사태에 ‘사과하라’고만 요구하고 있다”며 “홍 후보가 사퇴하면 문 후보가 불리하기 때문에 그런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김경택 문동성 기자 ptyx@kmib.co.kr
‘홍준표 때리기’… 엇갈린 셈법
입력 2017-04-24 1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