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때리기’… 엇갈린 셈법

입력 2017-04-24 18:14
5당 대선 후보들이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 TV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기호 순으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대선을 16일 앞둔 상황에서 후보들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홍 후보의 자질 논란 등을 놓고 강하게 충돌했다. 국회사진기자단

‘돼지 흥분제’ 파동으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비판하는 상대 후보들의 셈법이 복잡하다. 19대 대선이 다자 구도로 진행되는 바람에 각 후보의 지지율 등락이 곧바로 다른 후보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홍 후보의 지지율을 10% 아래로 묶어두는 게 급선무다. 국민의당 선대위에선 안 후보가 강세를 보였던 대구·경북 지역에서 홍 후보 지지율이 높아진 데 대한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24일 “이번 대선의 키맨은 홍 후보”라며 “홍 후보가 10% 이상 치고 올라가면 안 후보의 확장성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홍 후보의 지지율이 높아지면 안 후보의 보수 지지층이 잠식될 수 있다는 얘기다. 안 후보가 23일 중앙선관위 TV토론 시작부터 “홍 후보는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토론 내내 홍 후보를 아예 쳐다보지도 않은 이유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홍 후보와의 싸움을 보수적통 경쟁으로 보고 있다. 홍 후보와의 싸움에서 패할 경우 유 후보뿐 아니라 자유한국당과 결별을 선언했던 바른정당의 존립 기반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절박감이 크다. 유 후보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홍 후보에 대해 ‘형사 피고인’이라는 표현을 쓰며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진보 성향 이미지를 선명하게 부각시키려고 홍 후보 때리기를 이어간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념적으로 가장 반대편에 있는 홍 후보를 공격함으로써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포석이다. 심 후보는 24일 유세에서 “홍 후보는 박근혜정권의 후예”라며 “자유한국당은 석고대죄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형사 피고인을 후보로 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후보는 다소 애매한 상황이다. 문 후보 입장에서 홍 후보는 보수 진영의 표가 안 후보에게 쏠리지 않도록 하는 ‘필요악(惡)’ 역할을 하고 있다. 문 후보는 전날 토론에서 홍 후보의 공격이 거세지자 “다들 사퇴하라고 하지 않느냐”며 우회적으로만 사퇴를 요구했다. 다만 당 안팎에선 문 후보가 ‘적폐세력’으로 규정했던 홍 후보에 대한 공격을 애써 자제하는 것처럼 비치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승민 후보는 “민주당은 홍 후보의 강간미수 공범 사태에 ‘사과하라’고만 요구하고 있다”며 “홍 후보가 사퇴하면 문 후보가 불리하기 때문에 그런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김경택 문동성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