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슝안신구’ 환경재앙 될라

입력 2017-04-24 18:24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야심작 슝안신구(雄安新區)가 환경오염이라는 장애물을 만났다.

시 주석이 직접 지구 지정을 결정한 슝안신구는 허베이성의 슝현, 룽청현, 안신현을 묶어 수도 베이징의 경제 기능을 분산하는 국가급 신구다. 선전 경제특구와 상하이 푸둥신구에 이어 최고지도자가 직접 주도하는 세 번째 신구로 이미 대형 국유기업들이 본사 이전을 선언하는 등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하지만 슝안신구가 들어설 지역 한가운데에 위치한 중국 북부 최대 습지 바이양호가 복병으로 떠올랐다. 현재 주변 20만∼30만 인구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오염에 시달리고 있는 바이양호가 인구 250만명의 신구가 들어설 경우 ‘환경 재앙’이 우려된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4일 보도했다.

현재 면적이 366㎢에 이르는 바이양호의 수질은 먹는 물로서는 이용 불가 판정을 받은 상태다. 2012년 발표된 바이양호 오염 실태 보고서는 각종 쓰레기와 오폐수가 호수로 흘러들어 음용 수준까지 회복하려면 수십년의 환경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SCMP는 “인근 공장 폐수가 은폐된 관을 통해 호수 바닥으로 유입되고 있다”면서 “한때 허베이 평원의 ‘콩팥’으로 불렸던 바이양호가 자정 능력을 잃고 가장 더러운 호수 중 하나로 전락했다”고 전했다. 중국과학원 한둥메이 박사는 “앞으로 대규모 건설 사업이 장기적으로 진행되고 대규모 인구 증가로 인해 오염물질 유입량도 급속하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사범대 추이바오산 교수는 “호수 주변의 오염 유발 공장을 폐쇄하고 인근 농가의 비료와 농약 사용을 줄이는 한편 오폐수 정화시설을 대대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맑은 물을 호수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 정부가 바이양호의 환경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슝안신구 결정 과정에서 환경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물론 환경보호부에 정보 제공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