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범죄를 저질러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가운데 무기징역 이상을 선고받는 이들의 비중이 해마다 줄어 2011년 이후 5년간은 1.7%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원한이나 가정불화, 채권채무 관계에서 비롯한 살인을 저지른 경우 선고되는 형량은 징역 10∼16년 수준으로 파악됐다. 외국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형량으로 분석된다.
매년 1000건을 웃도는 살인범죄 중에 약 5%는 동종 전과자의 재범이었다. 살인을 저질렀다가 사회에 복귀한 이들의 범행으로 해마다 50명쯤이 목숨을 잃는다는 의미다. 대검찰청은 살인범죄의 양형이 과연 적절한지 대국민 인식 조사를 벌이고 있다.
24일 법원과 검찰 등에 따르면 살인 피고인에 대한 사형·무기징역 선고 비중은 1990년대(1991∼2000년) 11.8%에서 2000년대(2001∼2010년) 4.9%로 낮아졌다. 2009년 7월 살인범죄 양형 기준이 설정된 뒤 2011년부터 2015년까지는 1.7%다. 2010, 2011, 2015년과 지난해에는 사형 선고를 받은 살인 피고인이 없었다.
대검찰청은 살인범죄의 형량을 분석한 결과 기본 형량 범위가 10∼16년으로 나타난다고 밝히고 있다. 이 같은 수준의 처벌을 받았다가 재범에 이른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것이 대검의 분석이다. 2004년 배우자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해 징역 9년형을 받은 A씨는 2013년 다시 교제하던 이를 흉기로 살해했는데, 징역 30년형을 선고받았다. 1998년 전처의 외도를 의심, 살해해 징역 15년형을 받은 B씨는 가석방 기간 종료 1개월 만인 2012년 11월 또다시 내연관계이던 피해자의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
다수는 범행 당시 술에 취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했다고 주장한다. 범행이 우발적인 점, 범죄사실을 자백하는 점 등도 법관의 양형에서 유리한 정상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이러한 양형의 결과가 범죄 억제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인 것 아니냐는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독일의 경우 한국보다 살인범죄 피고인의 종신형(무기징역) 선고 비중이 현저히 높다. 미국은 살인범의 평균 선고 형량이 한국의 4배 수준이다. 민생과 밀접한 범죄의 사건처리 기준을 새로 손질해온 대검은 국민일보와 함께 살인범죄의 양형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이고 있다. 대검과 국민일보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바로 설문조사에 응할 수 있다.
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살인죄’ 솜방망이 선고→ 재범 ‘악순환’
입력 2017-04-24 1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