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20만∼50만원”… 수술 대기환자 뒷돈 거래

입력 2017-04-24 17:35
환자를 소개해주고 2억원대 뒷돈을 주고받은 서울 시내 유명 대학·종합병원 의사들과 병원장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종합병원으로부터 환자를 끌어오기 위해 의사들에게 돈을 건넨 서울 서대문구 소재 S병원장 이모(59)씨 등 2명과 돈을 받은 의사, 병원 관계자, 리베이트를 한 제약업체 대표 등 87명을 붙잡았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은 이 중 55명을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2011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5년 넘게 40여곳의 대형병원 의사, 병원 관계자 등 77명에게 환자를 소개해주는 대가로 2억500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중에는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중앙대병원, 고려대 구로병원 등 유명 대학병원 출신 의사도 포함됐다.

이씨는 2011년 병원 경영이 어려워지자 대형병원에서 환자를 끌어오기 위해 영업사원 10명으로 구성된 대외협력팀을 만들었다. 영업사원에게 돈을 건네받은 의사와 의국장은 골절수술 등 정형외과 수술을 받기 위해 온 환자에게 “응급실 환자가 많고 담당 전문의가 없다”며 S병원을 소개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1명당 20만∼50만원을 받았다. 병원 관계자들이 환자 소개를 대가로 받은 금액은 최소 110만원에서 최대 1357만원으로 소개 횟수에 따라 다양했다.

의사뿐만 아니라 지방에서 환자를 태우고 오는 대형병원 소속 구급차 기사들에게도 환자를 이송해주는 대가로 돈을 줬다. S병원 영업사원은 구급차 기사 2명에게 230만원을 주고 환자를 데려오게 했다. S병원은 이 같은 방식으로 5년10개월간 환자 1200여명을 소개받아 60억원이 넘는 수익을 냈다

이외에도 경찰은 자사 제품을 환자에게 처방해주는 대가로 2억원을 건넨 혐의로 H제약사 대표 박모(47)씨도 입건했다. 경찰은 “의사가 병원을 환자에게 소개할 수는 있지만 금품을 받으면 의료법 위반”이라며 “S병원 외에도 환자 영업을 해온 병원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