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들 ‘김영란법’ 딜레마

입력 2017-04-24 18:10

지난해 농가의 축산물 수입이 5년 만에 처음으로 10% 이상 감소했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직격탄에 쌀값 하락,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가 더해진 결과다. 농가 수입 감소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유력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선 김영란법 재검토 대책을 찾아보기 힘들다. 얼마 전까지 김영란법 개정을 운운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2016년 농가경제조사 결과를 보면 농업 활동으로 인해 발생한 농가당 농업총수입은 3127만9000원으로 전년 대비 7.1% 감소했다. 농업총수입은 2011년 이후 증가세였다.

농업총수입 하락에는 축산 수입 감소가 큰 영향을 미쳤다. 농가당 축산 수입은 922만2000원으로 2015년(1053만원)보다 12.4%나 줄었다. 2011년 전국에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축산 수입은 매년 큰 폭으로 늘어왔다. 업계에선 지난해 9월 발효한 김영란법으로 한우 등의 판매가 저조했던 것을 첫 번째 원인으로 꼽고 있다. 지난해 겨울 창궐해 3000만 마리 이상 닭·오리가 땅에 파묻힌 최악의 AI 사태도 수익 감소세를 더했다. 농작물 수입 역시 쌀값 하락 여파에 2015년보다 6.2% 줄었다. 경영비용이 전년 대비 5.3% 줄었지만 평균 농업소득 감소를 막지는 못했다. 농업총수입에서 경영비를 뺀 농업소득은 1006만여원으로 전년 대비 10.6% 감소했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나 농민들은 농가 소득 감소세를 막기 위해서 당장 김영란법부터 손질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김영란법을 공약에 담은 이는 밥값·선물값은 올리되 경조사비는 내리자고 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뿐이다.

유력 후보인 문재인·안철수 후보 모두 공약에 김영란법 개정 공약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문 후보는 지난 1월 농축수산물의 김영란법 예외 인정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대선정국에 들어서자 무대응이다. 안 후보는 지난해 김영란법 강화를 골자로 한 법안을 제출했으나 이번 대선에서는 목소리를 아꼈다. 김영란법 재검토를 포퓰리즘으로 보는 시각이 만만치 않아서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은 “부패해서 망한 나라는 있어도 청렴해서 망한 나라는 없다”며 정치권의 김영란법 완화 목소리를 비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