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선 후보의 23일 TV토론회 시청률이 40%에 육박했다. 국민의 관심이 그만큼 높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번 토론회에서도 자질·정책 검증은 실종된 채 상호 비방만 난무한 ‘저질 토론회’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후보자 간 발언시간을 보장하거나 참석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23일 주최한 TV토론 시청률이 38.5%로 나타났다고 시청률 조사 업체 닐슨코리아가 24일 밝혔다. 지난 19일 KBS 초청 TV토론 시청률(26.4%)보다 12.1% 포인트 높아진 수치로 이번 대선에 국민의 시선이 얼마나 쏠려 있는가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미 세 차례나 진행된 TV토론에서 각 후보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실종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20분 안팎의 제한된 토론시간을 후보 5명이 나눠 쓰다 보니 1인당 발언시간이 20분에도 못 미쳤다. 또 이번 대선이 조기 대선으로 치러지면서 각 후보가 자신 및 상대 후보의 정책이나 공약을 충분히 학습하지 못한 것도 토론회 질 저하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윤종빈 명지대 정외과 교수는 “5명의 후보가 자신이나 상대방의 정책을 숙지하지 못한 채 18분 안에 자기 방어와 정책 설명을 다 하려다보니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못한다”며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에 대한 ‘쏠림 현상’도 토론 수준을 저하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예년보다 7개월이나 앞당겨진 ‘대선 시간표’도 토론자 발언의 하향 평준화를 유발한다. 단기간에 대선을 치르다보니 토론회에서 자신의 강점을 내세우기보다 상대의 약점을 공격해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치·외교 분야를 주제로 한 23일 토론에서도 정책 경쟁보다 네거티브에 치중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설전에 대해 “무슨 초등학생 토론회냐”고 일침을 가했다. 물론 홍 후보는 ‘돼지 흥분제’ 문제로 토론회 시작 시점부터 안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로부터 융단폭격을 당했다.
전문가들은 남은 세 차례 토론회 형식과 참석자 기준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대선까지는 양자 내지 3자 구도가 이어졌지만 이번 대선은 피할 수 없는 다자 구도이므로 이에 맞는 형식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윤 교수는 “공직선거법상 5명의 후보가 모두 출연해야 한다면 한 후보를 상대로 한 면접 방식으로 토론회를 진행하거나 후보자 간 순서를 정해 양자 토론을 벌이는 등 포맷 변경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참가자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공직선거법 82조는 5인 이상 국회의원을 가진 정당 추천 후보자나 직전 대선 및 전국 단위(비례대표) 선거에서 3% 이상 득표한 정당 추천 후보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한 언론기관의 여론조사 평균 지지율이 5% 이상인 후보자는 대선 후보 TV토론회에 초청해야 한다.
반면 미국은 민간 기구인 대선토론관리위원회(CPD)가 선정한 5개 여론조사 기관 조사에서 평균 15% 이상 지지율을 얻은 후보자만 TV토론회에 초청한다. 더욱 심도 있은 토론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결선투표제가 도입되지 않는 한 현재의 다자 구도 토론회에서는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기 어렵다”며 “토론회 참석자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글=최승욱 김판 기자 applesu@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김지훈 기자
TV토론에 시선 쏟아지는데… ‘초딩 토론’ 언제까지
입력 2017-04-25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