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정부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을 결정하기 전 북한 측에 의견을 물어봤다는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메모를 놓고 정치권의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송 전 장관의 메모가 대선 직전에 공개됐다는 점에서 정치적 순수성을 의심받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의 오락가락 해명과 뭉개기식 대응이다. 진실성이 의심받는 이유다. 더욱이 문 후보 측은 송 전 장관을 검찰에 고발함으로써 이 문제는 법정 공방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그렇지 않아도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큰데 이번 일로 불신이 더 커질 것 같아 안타깝다.
선거를 불과 보름 정도 남겨둔 상황에서 송 전 장관에 대한 문 후보 측의 검찰 고발은 외견상 진상규명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이지만 속내를 따지면 전략적 조치라는 인상이 짙다. 솔직히 수사 착수가 쉽지 않을 뿐더러 설사 수사에 나선다 하더라도 대선 전에 진상을 밝혀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자유한국당은 이 문제를 ‘북한인권결의안 대북결재 내통사건’으로 규정하려는 움직임도 있으니 진실이 규명될 리 없다. 국민들에겐 정권을 잡기 위한 정치공세로 비칠 뿐이다.
문 후보 측이나 송 전 장관 모두 자신의 말만 하고 있으니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헷갈린다.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고,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한다는 것이다. 의혹에 대한 납득할 만한 해명보다 역공으로 궁지에서 모면하려 하고 있으니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든다. 또한 보수정당에선 검증이라는 미명 하게 정치쟁점화하면서 진실규명은 물 건너갔다. 더욱이 대선이 코앞인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은 진실규명보다는 정치적 논쟁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모든 문제는 당사자 간 해결이 원칙이고 가장 바람직하다. 아쉽게도 지금은 그 단계를 지났다. 물증과 기록으로 진실에 접근해야 하는데도 기억에 의존하고, 나아가 유리한 증거만을 근거로, 유리한 해석을 하고 있으니 당사자 간 해결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또한 관련 문건은 대통령기록물로 분류돼 있어 쉽게 접근할 수 없다. 이 상황에서 더 이상의 논쟁은 진실규명은커녕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회 차원에서 해결책을 모색할 것을 제안한다.
[사설] 北인권결의안 기권 논란, 국회가 해결책 모색해야
입력 2017-04-24 1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