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동안 186명이 감염돼 38명이 숨진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에서 우리는 교훈을 얻었을까. 아쉽게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감사원이 질병관리본부의 감염병 예방 및 관리 실태를 점검한 결과가 그렇다. 일선 병·의원은 전염병 환자를 진단하고도 신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는 주요 공항에 24시간 감시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약속을 여태 지키지 않았다. 심지어 알아보지도 않고 법령에 규정이 없어 일을 못한다는 핑계를 댔다. 물론 실효성 없는 관련 법과 제도가 고쳐지지 않고 방치된 사실도 드러났다.
‘인류 최대의 질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물과 공기를 통해 퍼지는 감염병은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연구가 충분히 이뤄져 간단한 치료로 극복할 수 있는 경우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돌연변이가 속출하는 바이러스는 백신이 개발되는 짧은 기간에 많은 생명을 위협한다. 연 2000만명이 해외여행에 나서고, 외국인 입국자가 1700만명에 달하는 우리나라다. 다른 나라에서 발생했다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재난이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사소한 것까지 챙기는 촘촘한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특히 병·의원과 일선 보건소에서 신속한 초기 대응이 가능하도록 법과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감사원 감사 결과는 이런 초기 대응에 구멍이 뚫렸다는 것이다. 지난겨울 우리나라를 강타한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는 초기 대응에 실패한 뒤 우왕좌왕하다가 피해를 키운 대표적 사례다. 가금류 3700여만 마리가 살처분되면서 농민과 소비자 피해가 속출했고, 사람에게 감염된 해외 사례가 무차별적으로 전파돼 불안감이 고조됐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감염병 대응 시스템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예산 부족을 운운하며 복지부동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문제점을 찾아 하나하나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사설] 환자 신고조차 안 되는 감염병 대응 시스템
입력 2017-04-24 1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