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철인 봄을 맞아 서울과 부산, 경기도 평택 고덕신도시, 수원 광교신도시 등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반면 지방은 대형 건설사조차 미분양 공포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양극화가 심화되는 양상이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발표한 11·3 부동산 대책의 ‘약발’이 다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지난 2월 1.4대 1까지 급감했던 월별 신규 아파트 청약경쟁률은 3월 17.7대 1에 이어 4월 14.8대 1로 상승했다. 리얼투데이가 집계한 수치를 봐도 지난해 11월 20.77대 1에 달했던 청약률은 지난 2월 1.66대 1로 뚝 떨어졌다가 이달 11.98대 1로 올랐다.
실제로 지난달 한화건설이 부산 부산진구 연지동에 분양한 연지 꿈에그린 아파트는 일반공급 481가구 모집에 10만9805명이 청약하며 1순위 평균 228.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17∼18일 현장청약을 진행한 경기도 광교신도시 ‘광교 컨벤션 꿈에그린’은 746가구 모집에 총 6만4749건이 접수돼 평균 87대 1의 청약률을 보였다.
제일건설이 경기 평택 고덕국제신도시에 공급한 ‘제일풍경채 센트럴’ 아파트도 평균 84.1대 1의 경쟁률로 올해 수도권 내 최고 경쟁률 기록을 갈아치웠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이달 셋째주 기준 0.06% 상승하며 14주 연속 상승세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2008년 이후 처음으로 6억원을 돌파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11·3 대책 이후와 비교하면 놀랄 정도로 시장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지방 부동산은 죽어가고 있다. 대형 건설사의 유명 브랜드도 고전하기는 마찬가지다. GS건설이 3월 경기 오산시 부산동에 공급한 오산시티자이2차는 1088가구를 모집했지만 80%인 871가구가 순위 내 청약에 미달됐다. 대림산업이 지난달 인천시 중구 중산동에 분양한 e편한세상영종하늘도시 2차는 1515가구 모집에 174명이 접수해 1순위 청약 경쟁률이 0.1대 1에 그쳤다.
부산과 고덕 등 일부 인기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 지방은 건설사들이 미분양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지방의 미분양 주택은 4만3049가구로 전년 동월(3만132가구)보다 1만2917가구 늘었다. 이를 두고 투기 자금이 몰리는 인기 지역을 잡겠다는 정부 방침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오는 5월 부동산 시장이 양극화된 흐름을 더 심화시키거나 바로잡을 수 있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들어 가장 많은 5만9686가구의 분양 물량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건설사들도 조기 대선으로 아껴놨던 재개발·재건축과 대단지를 5월 중 쏟아내면서 분양대전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공급 과잉에 따른 분양 시장 양극화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새 정부 차원에서 양극화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한 새로운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글=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청약 경쟁률 다시 급등… 11·3 대책 약발 다했나
입력 2017-04-25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