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라이벌 대결인 ‘엘 클라시코’는 거의 전쟁을 방불케 한다.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바르셀로나와 카스티유 지방의 마드리드가 역사적으로 자주 충돌했기 때문에 두 팀은 만날 때마다 혈투를 벌인다. 24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에스타디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66번째 엘 클라시코도 그랬다. 리오넬 메시(30·바르셀로나)는 피가 묻은 거즈를 문채 ‘핏빛 투혼’을 펼치며 결승골을 터뜨렸다.
메시는 이날 바르셀로나가 0-1로 뒤져 있던 전반 33분 동점골을 넣은 데 이어 2-2로 맞서 있던 후반 추가시간에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려 바르셀로나의 3대 2 승리를 이끌었다.
당초 전망은 리그 1위 레알의 우세였다. 바르셀로나는 MSN(메시-루이스 수아레스-네이마르) 공격라인의 한 축인 네이마르가 징계로 출전하지 못했다.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 탈락의 충격도 채 가시지 않았다. 반면 레알 마드리드는 리그에서의 연승 행진에다 챔피언스리그에서의 4강 진출로 사기가 높았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에는 메시가 있었다. 그의 화려한 개인기가 불리하다는 예상을 뛰어넘게 했다. 메시는 처음부터 끝까지 레알 마드리드 수비수들의 집중 견제를 받았다. 전반 19분엔 상대 수비수 마르셀로와 볼을 놓고 다투다 팔꿈치에 입을 얻어맞았다. 입 안에서 피가 멈추지 않자 메시는 거즈를 물고 뛰었다. 세르히오 라모스는 후반전 메시의 다리를 노리며 태클을 걸다 퇴장을 당했다. 악전고투 그 자체였다.
하지만 메시는 전반에 팀이 선제골을 얻어맞은 뒤 곧바로 이반 라키티치의 패스를 받아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후반 28분 이반 라키티치의 추가골과 후반 40분 상대팀 하메스 로드리게스의 동점골이 오갔다. 무승부로 끝날 절체절명의 순간, 메시는 포기하지 않았다. 후반 추가시간 조르디 알바의 왼쪽 땅볼 크로스를 페널티지역 중앙에서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해 기어이 팀에 승리를 안겼다.
메시는 결승골을 넣은 뒤 관중석으로 달려가 상의 유니폼을 벗고 자신의 등번호와 이름이 적힌 부분을 팬들에게 보여 줬다. ‘내가 바로 메시다’고 외치는 듯했다. 이 골은 메시가 바르셀로나 소속으로 공식 대회에서 넣은 통산 500번째 골이었다. 바르셀로나 역사상 500골을 넣은 건 메시가 처음이다.
루이스 엔리케 바르셀로나 감독은 경기 후 “메시는 역사상 가장 훌륭한 선수다. 나는 수많은 경기를 봐 왔지만 메시는 (다른 선수들과) 차원이 다르다”며 “심지어 메시는 집에서 밥을 먹을 때도 남다르다”고 웃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핏빛 투혼’ 메시, 엘 클라시코 영웅 되다
입력 2017-04-25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