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23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최한 19대 대선 후보자 1차 TV토론(정치 분야)에서 시종일관 강한 모습을 연출했다. 지난 19일 TV토론의 비판을 의식한 듯 작심한 태도였다.
안 후보는 문 후보를 집중 공략했다. 2012년 대선부터 현재 진행 중인 네거티브 공방까지 문 후보에게 쌓였던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문 후보도 단단히 벼른 듯 다른 후보의 공세에 ‘강 대 강’으로 맞섰다.
안 후보는 1부 외교·안보 분야 토론이 진행되던 도중 돌연 문 후보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제가 갑철수입니까, 안철수입니까.” 문 후보는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다”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안 후보는 문건을 적은 손팻말을 꺼내 보이며 “이것이 민주당의 네거티브 문건이다. 네거티브 비방을 한 문건으로 지역위원장에게 배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후보는 이어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와 문 후보 아들 준용씨의 취업 특혜 의혹을 함께 거론하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열어 투명하게 검증받아야 한다. 내일 상임위를 열겠다고 약속해 주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문 후보는 “안 후보가 주제에서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 후보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문제를 놓고 안 후보를 공격했다. 문 후보는 “안 후보와 국민의당은 처음에 사드에 강력한 반대 입장을 취하며 저와 민주당이 단호하게 반대하지 않는다고 여러 번 공격했다”면서 “그런데 그 이후에 상황 변화도 없는데 국민의당은 당론도 바꾸지 않고 후보가 독단적으로 사드 찬성 입장을 밝혔다”고 했다.
그러자 안 후보는 “아무 상황 변화가 없다고 했는데 그 이후 북한 5차 핵실험이 있었다”면서 “여러 상황 변화가 있었는데 문 후보 말은 5차 핵실험에도 아무 변화가 없다는 뜻이냐”고 반문했다. 문 후보는 대답하지 않고 “중국에 대한 (외교적) 카드가 무엇이냐”고 질문하자 안 후보는 “그것부터 답하라”고 맞받았다. 문 후보가 다시 “중국 카드가 무엇이냐”고 하자 안 후보는 “5차 핵실험에도 상황 변화가 없느냐”면서 신경전을 이어갔다.
두 후보는 2부에서 권력기관 및 정치개혁을 논의하던 중 또다시 격돌했다. 안 후보는 문 후보에게 “제가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냐”고 쏘아붙였다. 갑작스러운 일격이었으나 문 후보는 곧 “항간에 그런 말도 있다”고 되받았다. 그러자 안 후보는 재차 “문 후보 생각을 묻는다. 제가 MB 아바타냐”고 물었다.
같은 질문이 반복되자 문 후보는 작심한 듯 “그게 제 생각이다”라고 인정하며 “떠도는 얘기로 질문을 하니 제가 달리 답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2012년 대선을 거론하며 “지난 대선에서 후보를 양보해 드렸다. MB정권이 연장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제가 MB 아바타냐”고 말했다.
문 후보는 결국 “본인이 (MB 아바타가) 아니라고 해명하라. 사모님 관련 의혹도 상임위를 열고 싶으면 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후보에게 “저 문재인 보고 정치하지 말고 국민을 보고 정치하라”고 했다. 안 후보가 아랑곳 않고 “MB 아바타가 아니라고 확인해 주는 것이냐”고 재차 캐묻자 문 후보는 허탈하게 웃으며 “(MB 아바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대선 후보 TV 토론]“내가 MB 아바타냐” VS “그게 내 생각이다”
입력 2017-04-24 00:24 수정 2017-04-24 0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