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발, 환자 뱃살서 추출한 줄기세포로 고친다

입력 2017-04-25 00:04
심영기 연세에스병원 원장이 당뇨 합병증으로 오른 발을 잃은 중증 당뇨환자의 정맥을 통해 지방줄기세포를 주입하고 있다. 연세에스병원 제공

당뇨 환자 자신의 뱃살에서 추출한 복부지방줄기세포가 당뇨발을 억제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임상연구결과가 나왔다.

연세에스병원은 심영기 박사(성형외과 전문의) 연구팀이 최근 당뇨발 환자 최모(66) 씨에게 복부지방조직세포를 정맥 주사하고 8주간 관찰한 결과 위험수위에 올랐던 혈당치와 당화혈색소가 거의 정상수준으로 낮아져 관련 학회에 보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최씨는 이 치료 전 당뇨병성 하지동맥질환으로 모 대학병원에서 3차례 오른 발을 절단한데다 왼 다리 쪽에도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이 나타나 극심한 하지 통증을 겪고 있었다. 심 박사는 최근 10년간 수많은 림프부종 환자를 줄기세포로 치료하면서 다양한 세포치료 경험을 축적해온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은 고혈당으로 말초신경을 둘러싸고 있는 신경섬유가 손상돼 발의 감각이 무뎌져 상처가 생기고 덧나는 줄도 모르게 되는 병이다. 또 하지동맥질환에 의한 혈액순환장애는 상처가 아무는 것을 더디게 하고 발 절단의 빌미가 되는 족부궤양까지 유발한다.

연구팀은 지방흡입시술을 통해 최씨의 복부에서 얻은 지방세포를 1주일 간격으로 총 8차례 최씨의 몸에 정맥 주사했다.

그 결과 치료 6∼7주차부터 신경병증이 눈에 띄게 개선돼 무릎 및 대퇴부 신경통이 사라지는 등 하지 통증이 70%이상 완화되는 변화가 일어났다. 당뇨로 인한 인슐린 요구량도 치료 전 40유닛에서 20유닛으로 절반 정도 줄었다. 평균 혈당 역시 230㎎/100㎖에서 치료 6주차부터 177㎎/100㎖ 수준으로 낮아졌다. 치료 전 평균 11.9%에 이르던 당화혈색소 역시 6주차부터 7.7%로 정상치(6.5% 이하) 부근으로 낮아지기 시작했다.

지방줄기세포는 병든 세포를 찾아가 정상세포로 치환하고, 호르몬 분비 등 세포활동을 정상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병든 혈관을 회복시키는 혈관생성 능력도 뛰어나다. 세포치료가 당뇨 합병증 말초신경병과 혈액순환장애를 개선, 당뇨발 치료 효과를 보이는 원리다.

심 박사는 “물론 줄기세포를 투여한다고 당뇨발이 다 치료되고 당뇨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식한 줄기세포가 생착해 췌장베타세포로 잘 분화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노력이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이기수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