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지지율이 주춤하자 사그라졌던 후보 단일화 논의가 다시 수면으로 떠올랐다. ‘문재인·안철수 양강 구도’가 ‘문재인 독주 구도’로 변화될 기미를 보이자 ‘반(反)문재인 후보 단일화’ 논의가 또다시 꿈틀대는 것이다.
정작 당사자인 안철수(국민의당) 홍준표(자유한국당) 유승민(바른정당) 후보는 모두 단일화에 부정적이다. 하지만 바른정당의 한 의원은 23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정권을 넘겨줄 수 없다’는 일부 중도·보수 세력의 압박에 후보들이 입장을 급선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위적 단일화가 아니라 정치·정책 연대를 통해 단일화가 자연스럽게 추진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제기된다.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논란을 계기로 문 후보를 협공하다 보면 연대의 문이 열릴 것이라는 얘기다.
꺼져가던 ‘반문 후보 단일화’의 불씨가 되살아난 결정적인 이유는 안 후보의 지지율 하락이다. 지난 4∼6일과 11∼13일 각각 실시됐던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는 안 후보를 오차범위 내인 3% 포인트 앞섰다. 그러나 지난 18∼20일 진행된 갤럽 조사에서 문 후보는 41%의 지지율을 얻어 30%를 기록한 안 후보를 11% 포인트 차로 눌렀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다른 여론조사 추이도 갤럽 조사와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다시 고개를 든 후보 단일화에는 두 가지 경우의 수가 거론된다. 하나는 안 후보와 유 후보를 엮는 ‘중도·보수 단일화’다. 다른 하나는 안 후보와 홍 후보, 유 후보를 모두 포함시키는 ‘빅텐트 단일화’다. ‘안철수·유승민’ 단일화를 먼저 한 뒤 홍 후보와의 단일화를 추진하자는 단계론도 있다. 한때 거론됐던 ‘홍준표·유승민’ 보수 후보 단일화 가능성은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후보들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안 후보는 “문재인 홍준표 유승민 후보는 전임 정권의 실세였다”며 “반성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단일화가 ‘소탐대실’이라는 반론도 거세다. 국민의당에서는 무리하게 단일화를 밀어붙였다가 호남표가 떨어져 나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적폐연대’라는 비난도 걱정스럽다. 한국당은 보수 단일화보다는 일부 바른정당 의원들의 탈당을 추진하고 있다.
키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에선 단일화 논의가 이르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문·안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더 벌어질 경우 단일화 요구가 터져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안풍(安風)이 약해지면서 범보수 정당들의 표정도 엇갈린다. ‘문·안 양강 구도’를 ‘우파·좌파 대결 구도’로 바꾸기 위해 애썼던 한국당은 희색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안 후보와 연대를 내심 기대했던 바른정당은 더욱 깊은 고민에 빠졌다.
홍 후보와 이른바 ‘태극기 민심’에 기댄 후보들 간 단일화 여부도 관심사다. 새누리당 조원진 후보는 홍 후보에게 공개토론을 통한 단일화를 제안했다. 글=하윤해 김경택 기자 justice@kmib.co.kr, 사진= 윤성호 기자
安風 잠잠해지자 다시 살아나는 ‘단일화 불씨’
입력 2017-04-24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