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에서 해체됐던 해양경찰청의 부활이 확실시되면서 지방자치단체 간 ‘해경 본청 쟁탈전’도 본격화하고 있다. 새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이 확정되기도 전에 볼썽사나운 유치 경쟁부터 시작된 셈이다.
2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선 후보가 등록한 정책공약과 개별적으로 발표한 주요 공약을 보면 주요 대선 후보들은 해경의 부활을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세월호 참사 직후 구조 책임을 물어 해양경찰청을 전격 해체한 후 국민안전처 소속 해양경비안전본부로 축소했다. 이후 중국어선 불법 조업과 독도 영유권 지키기 등 해상 경비 필요성은 증대했지만 조직 축소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과 함께 해경을 희생양삼은 게 무리한 조치였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우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해경청과 소방방재청을 독립시키겠다고 공약했다. 독립성을 강화해 강력한 재난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지난 17일 해경 부활을 전제로 “해경이 좀 더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고 우리 바다를 지키는 중요한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도 지난 20일 인천 유세에서 “해경은 독립적으로 부활한다”고 약속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해경 부활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주요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 해경의 역량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대책보다는 조직 개편의 관점에서만 접근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해경은 창설 이래 64년간 소속 부처가 6차례 바뀌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해경은 1953년 해양경찰대로 출범한 이후 숱한 재편의 과정을 거쳤다”면서 “대선 공약들을 보면 과거 사례가 다시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재편이 반복되면서 해경의 거점도 수시로 옮겨 다녔다. 출범 당시에는 본부가 부산에 있었지만 1979년 인천 연안부두로 이전했고 2005년에는 송도국제도시에 청사를 신축했다. 국민안전처로 편입된 뒤 지난해 8월에는 세종시로 이전했다.
이 때문에 부활을 예고하는 해경의 본청을 두고 지역 간 쟁탈전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인천시는 해경 본청이 해체 당시 소재지였던 인천으로 돌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의 불법조업으로 큰 피해를 보는 인천 시민들은 해경 해체와 세종시 이전이 헌법 위반이라며 지난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해경 해체는 섬 주민들의 평화적 생존권, 생명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기에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부산시는 해경이 탄생한 부산으로 본청이 들어와야 한다는 명분으로 유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항발전협의회 관계자는 “부산에서 출범한 해양경찰대가 해경의 시초”라며 “해양·수산 기관·단체의 70%가 몰려 있고, 해상 치안 수요도 많은 부산이 본청 소재지로 적합하다”고 했다.
세종=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기획] 해경청 재설치 확실해지자 벌써부터 본부 유치전
입력 2017-04-24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