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中 ‘선택적 군사개입’으로 北·美 동시 경고

입력 2017-04-23 17:43 수정 2017-04-23 21:22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가 22일 북한에는 핵시설에 대한 외부의 타격에도 군사적 개입을 하지 않겠지만 미국과 한국 등에는 지상군 투입 시 중국이 자동 개입할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환구시보의 주장이 중국 정부의 정책과 일치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사전 또는 사후 검열을 받는 매체라는 점에서 중국 정부의 의도가 숨어 있을 수 있다. 한 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환구시보를 활용해 북한에 경고와 압박을 가하는 한편 미국에 대해서도 군사 개입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미국이 고려하는 북한의 주요 핵시설 등을 타깃으로 하는 ‘외과수술식 공격’에 대해 일단 외교적인 수단으로 억제에 나서겠지만 (중국의) 군사적 개입은 불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한·미가 ‘38선’을 넘어 북한을 지상에서 침략한다면 즉시 군사적 개입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북·중 양국이 1961년 체결한 ‘조·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은 양국이 평화와 안전을 지키는 것을 전제로 어느 한쪽이 침략을 받을 경우 의무적으로 군사적 지원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평화와 안전’ 의무를 위배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사실 미군이 북한 핵시설을 정밀 타격한다면 사실상의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한국의 안전을 고려해야 하는 미국 입장에서도 선제타격 옵션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환구시보가 핵시설 타격에 불개입 의사를 강조한 것은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에 대해선 어떤 경우에도 중국이 보호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환구시보는 그동안 6차 핵실험 시 원유 공급 중단 가능성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이날 사설에서는 ‘중단’ 대신 ‘축소’라는 말을 썼다. 축소 규모에 대해선 ‘인도주의적 재앙이 일어나지 않는 수준’으로 기준을 제시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르겠다”는 조건도 달았다.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기본입장은 북한 핵실험과 미국의 군사행동이 실행되지 않도록 외교적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그동안 대북 영향력을 활용해 북한을 움직이라는 미국의 요구에 과거와 달리 호응하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다만 이번 환구시보 사설을 통해 “무력에 의한 북한 정권의 전복은 안 된다”는 점과 대북 경제제재도 “인도주의적 재앙이어선 안 된다”는 점 등 중국이 정한 ‘마지노선’을 읽을 수 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