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반격… ‘노무현 발언’ 공개

입력 2017-04-23 17:57 수정 2017-04-24 00:22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 대변인이 23일 공개한 2007년 11월 16일 노무현 전 대통령 주재 회의 기록 발췌본. 노 전 대통령이 이 회의에서 “이번에는 기권하는 것으로 하자”고 말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아래 사진은 노무현정부 당시 박선원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이 2007년 11월 18일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과 관련해 청와대에서 열린 회의 내용을 적은 수첩 일부. 붉은색 칸 안에 ‘기권으로 VIP께서 정리’라고 써 있다. 민주당 선대위 제공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이 2007년 11월 16일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결정을 위한 회의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직접 기권을 결정했다는 내용의 회의 기록 발췌본을 공개했다. 이는 11월 20일 기권이 결정됐다는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김경수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2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1월 16일 회의 기록 일부를 공개했다. 당시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 자격으로 회의에 배석한 김 대변인이 노트북으로 실시간 기록한 것을 발췌한 것이다.

발췌본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우리가 부담이 되더라도 모험이 안 되게 가자”며 “(송민순) 외교부 장관이 양보를 하라”고 말했다. 이어 “장관 말이 백번 맞는데, 상대방 반응을 예측할 수 없으니까”라며 “지난번에는 제재고, 이번에는 다시 원위치로 돌아와서 북에 대해 내정 간섭 안 하기로 약속을 해놓아서. 판 깨버릴까 해서 못하겠다고 봐 달라고 해라”고 했다. 2006년엔 북한 1차 핵실험 제재 차원에서 인권결의안에 찬성했지만 2007년엔 남북 정상회담 등으로 화해 모멘텀이 생긴 만큼 기권 입장을 관련국에 설득하라는 취지다.

노 전 대통령은 “국제 정치보다 국내에서 건수 잡았다고 얼마나 조져댈지 귀가 따가운데”라며 국내 비판여론을 의식했다. 그러자 윤병세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인권 문제는 국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국제적으로 일반화돼 있어서”라고 조언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번에는 기권하는 것으로 하자”고 결론지었다.

김 대변인은 유리한 부분만 공개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나머지 부분은 외교 관련 내용이고,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해당할 수도 있어 법리 검토 후 필요한 부분만 공개했다”고 말했다. 기록의 신빙성에 대해선 “연설기획비서관은 대통령의 모든 발언을 기록해 연설에 반영한다. 공식 회의록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이 16일 회의에서 결론을 내렸다면 송 전 장관의 ‘대북 문의’ 주장은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 사후적 조치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송 전 장관은 “16일 회의에서 기권으로 정해졌을 수는 있지만 내가 노 전 대통령에게 친서까지 보내 반대했다”며 “20일에 찬성 표결을 요구하자 문 후보가 ‘남북 채널 반응이 중요하니 함께 보고 결정하자’고 했다”고 반박했다. 20일까지 결정되지 않았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이다. 한국당은 22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이 문제에 대해 특별검사 도입과 국정조사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키로 했다.

강준구 정건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