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강남구 강남역 주변 철거현장에서 건물이 붕괴됐다. 현장에서 일하던 몽골인 인부 2명은 10∼12m 깊이인 지하 2층에 매몰됐다 3시간40분여 만에 구조됐다. 이번 붕괴사고는 약 3개월 전 인부 2명이 숨진 서울 종로구 숙박업소 붕괴사고와 당시 상황이 비슷하다. 종로구 붕괴사고는 경찰 조사에서 시공사 등이 안전규칙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인재(人災)로 드러났다.
서울 강남소방서는 22일 낮 12시쯤 지하 2층에 매몰된 몽골인 인부 A씨(36)를 구조하고 약 1시간40분 뒤 나머지 인부 B씨(34)를 지상으로 끌어올려 병원으로 옮겼다고 23일 밝혔다. 이들은 찰과상 등 가벼운 부상을 입었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쯤 철거가 진행 중이던 건물 1층 바닥이 갈라지며 지하로 무너져 내려앉았다. 철거 건물은 지상 5층, 지하 3층 규모의 학원 건물이었다. 소방 관계자는 “사고가 났을 땐 지상 2∼5층 대부분이 철거된 상태로 1층 철거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던 걸로 보고 있다”고 했다. 철거 공사는 이달 말까지 진행될 계획이었다.
인부 A씨와 B씨는 건물 1층에서 물을 뿌리며 먼지를 씻어내다가 바닥이 무너져 지하 2층까지 떨어지며 잔해 밑에 깔렸다. 함께 있던 굴착기 1대도 지하 3층까지 추락했다. 굴착기 안에 있던 운전기사 홍모(56)씨는 굴착기에서 나와 스스로 매몰 현장을 빠져나왔다. 현장소장과 철거 시행사 하도급 업체 직원 2명은 바닥이 꺼지기 전 공사 현장에서 빠져나와 화를 면했다. 소방 당국은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이번 붕괴사고는 지난 1월 7일 서울 종로구 한 숙박업소 건물이 무너져 현장 인부 2명이 지하에 묻혀 숨진 사고에 이어 서울에서 발생한 올해 두 번째 철거 사고다. 당시 시공사와 하도급 업체는 ‘철거계획서 구조안전검토서’에 쓰인 안전 기준을 따르지 않고 작업을 지시했다. 구조안전검토서에 따르면 건물이 붕괴되지 않도록 지지하는 장비 잭 서포터를 철거가 이뤄지는 층 아래 2개층에 18개 설치해야 했고, 굴착기도 가벼운 14.5t짜리를 써야 했다. 시공사와 하도급 업체는 지하 1층에만 잭 서포터를 3개 설치하는 데 그쳤다. 굴착기 무게도 21t이었다. 지난 14일 서울 종로경찰서는 업무상과실치사·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시공사 현장소장 조모(45)씨와 하도급 철거업체 대표 신모(50)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함께 이번 철거를 시공한 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안전관리에 이상이 없었는지 감식할 방침이다. 공사용 임시 구조물을 세워 굴착기를 포함한 공사 장비들의 무게를 견딜 수 있도록 했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
오주환 이형민 기자johnny@kmib.co.kr
강남 철거현장 붕괴… 2명 매몰됐다 구조
입력 2017-04-23 18:30 수정 2017-04-23 2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