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금품수수·부정선거… ‘비리의회’ 투성이

입력 2017-04-23 22:15
지방의회 의원들이 각종 범죄 혐의로 잇따라 기소되거나 수사를 받고 있어 비리를 근절할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3일 대구시의회 등에 따르면 대구시의원 4명이 소위 ‘갑’의 위치를 이용한 범죄 혐의로 처벌을 받거나 기소됐다. 최근 차순자 대구시의원은 동료 의원에게 자신의 임야 앞 도로개설을 부탁하고 자신의 땅 일부를 싸게 판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차씨 남편도 징역 1년을 선고 받았다.

앞서 김창은 전 대구시의원은 차씨에게 부탁을 받고 공무원에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 받았다. 이재화·최인철 대구시의원은 시립묘지에 지인이 불법 묘를 조성할 수 있도록 대구시 공무원들에게 압력을 넣은 혐의로 기소됐다.

경남 김해시의회는 의원 20여명 중 8명이 기소됐거나 수사를 받고 있다. 의장 선거 과정에서 이뤄진 금품수수와 관련해 시의원 4명이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다른 시의원 4명도 연루 혐의가 있어 조사를 받고 있다.

강현삼 충북도의원은 충북도의장 선거 지지를 부탁하며 동료 의원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지난달 20일 검찰에 송치됐다. 강 의원에게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박병진 도의원도 송치돼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충북 충주시의회에서도 특정업체에 관급공사 일감을 몰아주고 금품을 챙긴 혐의로 시의원이 기소됐다.

김효남 전남도의원은 건설업자로부터 주민숙원사업 공사수주 알선 명목 등으로 6회에 걸쳐 총 1940만원을 건네받은 혐의로 지난 1월 검찰에 구속 기소됐다.

경남 사천시의회에서는 농기계 판매업자와 짜고 국고보조금을 가로챈 혐의로 시의원이 기소됐고 강원도의회에서는 군의원들에게 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도의원이 입건됐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범법 행위가 잇따르고 있지만 감시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대구시의회는 차 시의원 문제가 불거지고 1년여 동안 윤리심사나 징계위가 열리지 않았다.

경북도의회 등 일부 지방의회가 구속된 의원에게 의정활동비를 지급하지 않는 내용으로 조례 개정을 하고 있지만 비리를 예방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대구경실련 관계자는 “지방의회 의원들의 부당한 요구는 집행부와 지방의회의 관계를 왜곡하고 지방자치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비리를 저지른 의원들을 중징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대구·무안·청주=최일영 김영균 홍성헌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