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 보스’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사진)이 긴 잠에서 깨어나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초반 부진을 딛고 4경기 연속 세이브를 올리며 팀의 수호신으로 돌아왔다. 오승환은 23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밀러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4-1로 앞선 9회말 등판해 1이닝을 퍼펙트로 막고 승리를 지켰다. 오승환은 이틀 연속 세이브를 따내는 등 4경기 연속 마무리에 성공했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7.04에서 6.23으로 끌어내렸다.
오승환은 첫 타자 도밍고 산타나에게 중견수 방면의 잘 맞은 타구를 허용했다. 그러나 세인트루이스 중견수 랜달 그리척의 다이빙 캐치 덕분에 한숨을 돌렸다. 이후 젯 밴디를 2루수 뜬공으로 처리한 뒤 키언 브록스톤을 1루수 땅볼로 잡아내고 경기를 끝냈다. 최고구속은 시속 94.4마일(약 152㎞)을 찍었다. 앞서 전날에는 밀워키에 6-3으로 앞선 상황에서 9회말 등판해 1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 3탈삼진으로 막았다.
오승환은 시즌 초반 난타를 당하며 흔들렸다. 올 시즌 첫 등판이었던 지난 3일 시카고 컵스전에서 1⅔이닝 동안 홈런 한 방을 포함해 2개의 안타를 맞고 3실점하는 등 초반 세 경기의 평균자책점이 무려 12.27까지 치솟았다. 마이크 매시니 감독은 그러나 “최근 부진이 단지 슬라이더의 실투 때문이고 나머지 부분은 문제가 없다”며 “그의 부진이 일시적인 현상이며 조만간 지난해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힘을 실어줬다.
그 믿음에 보답하듯 오승환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제 기량을 회복했다. 지난 19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 이후 네 번의 등판에서 모두 세이브를 따내며 본궤도에 진입했음을 알렸다. 오승환이 미국 진출 후 4경기에서 연달아 세이브를 거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오승환은 전날 주자를 한명만 내보낸데 이어 이날은 시즌 첫 퍼펙트 세이브까지 따내는 등 시간이 흐를수록 구위가 좋아졌다.
오승환의 기량회복에는 코칭스태프의 격려와 조언도 한몫했다. 오승환은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슬라이더 효과를 톡톡히 봤다. 하지만 올해 그의 슬라이더는 집중타의 원인이 돼버렸다. 팬그래프닷컴, 브룩스베이스볼 등 미국 통계사이트에 따르면 오승환의 올 시즌 슬라이더 피안타율은 0.467에 달한다. 지난해(0.164)에 비해 3배 가까이 치솟았다. 반면 전체 투구 중 슬라이더 비율은 37.3%로, 지난해(31.3%)에 비해 높아졌다. 좋지 않은 공을 많이 던지니 난타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세인트루이스 코칭스태프는 지난주부터 오승환에게 다양한 구종과 함께 승부구로 직구를 선택하라는 조언을 하고 있다. 오승환도 “슬라이더 실투가 많이 나와 위기를 초래했다”며 이를 받아들였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 오승환과 에릭 테임즈와의 만남은 불발됐다. 전날에는 테임즈가 9회말 투아웃에 등장했지만 오승환에게 삼진 아웃을 당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끝판왕 오승환, 이제 시작… 밀워키 원정경기 1이닝 퍼펙트
입력 2017-04-23 18:18